국내 대표 영화음악감독 달파란
최근 경기 파주시에서 만난 음악가 달파란. 한쪽 면만 보여주는 푸른 달의 신비로움을 닮고 싶어 달파란이다.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도 즐겨 연주한 펜더 재규어 전기 기타를 쥔 그는 영상과 음악의 별난 결합을 이뤄낸 MTV 시대를 누린 X세대다. 안홍범 작가 제공
작업실에 들어서자 정면 벽에 걸린 커다란 TV가 눈에 띄었다. TV를 올려다보는 곳에는 컴퓨터와 건반. 그들을 날개처럼 호위하며 신시사이저와 전기기타가 진 치듯 열병해 있었다.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 ‘황해’ ‘암살’ ‘곡성’…. 달파란은 홀로 또는 동료 장영규 감독과 함께 21세기 한국 영화의 독특한 소리 풍경을 만들었다. 지난해 말엔 영화 ‘독전’으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받았다.
그로선 처음 드라마 음악에도 도전한다. 내년에 공개될 넷플릭스의 좀비 사극 ‘킹덤’ 시즌 2다.
“시즌 1을 미리 봤는데 재미있더군요. 흥행 압박에서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친 그는 본디 영화판과 인연이 없었다. 삐삐밴드 2집에 ‘나쁜 영화’란 곡을 싣기 전까지는.
“장선우 감독이 찾아와 그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음악을 넣어볼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죠.”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이어서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댔나 봐요. 돌아보니 그런 경험이 영화음악 작업에 아주 도움이 됩니다.”
‘놈놈놈’ 때는 김지운 감독을 따라 촬영지인 중국 위구르 지역까지 갔다. 장영규 감독과 현지 장터에서 카세트테이프를 사 그곳 전통 음계를 익히고 전통악기를 연주해 ‘놈놈놈’의 소리를 완성했다. 1990년대 말, 장영규 방준석과 젊은 영화음악가 모임 ‘복숭아 프로젝트’를 만들어 “왜 한국 영화 음악은 늘 뻔할까”란 불평과 고민을 공유했던 것이 실험의 밑거름이 됐다.
‘곡성’에서는 미분(微分)된 음의 왜곡에서 오는 파장을 활용해 무속적 불길함을 자아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이슬란드 음악가 요한 요한손을 동경했다.
“멀리 사는 친구의 죽음처럼 느껴졌어요. 한 번도 교류해본 적은 없지만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를 보면 음향 왜곡을 절묘하게 활용해 일반 관객까지도 체감하는 묘한 입체감을 만들어내거든요. 기존 영화음악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찰나에 그가 떠나 너무 안타까워요.”
“제 앨범이면 미룰 텐데 영화는 개봉일이 있으니…. 마감이 다가오면 식욕도 사라져요.”
작업이 막힐 때는 산책을 한다. 그러면 어떻게든 결국 뭔가 떠올랐다.
“극장은 공연장이나 마찬가지죠. 돈을 지불하고 경험을 얻는 곳이니까요. 서라운드, 돌비 애트모스 같은 극장의 입체음향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한 작품이 한국 영화에는 아직 없어 아쉽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가 꼭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파주=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