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지구 정비계획 재검토
서울 을지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전경. 서울시는 을지면옥, 양미옥 같은 노포(老鋪)를 강제 철거하지 않겠다고 23일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 정비 사업을 도심전통산업과 노포(老鋪)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진행 중이던 일부 구역의 보상 협의를 비롯해 사업시행인가 신청 및 심의가 모두 중단된다. 또 세운지구 서쪽 일명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있는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 사업도 상인 이주대책 미흡을 이유로 일시 중지한다. 다만 철거가 시작된 구역의 재개발은 계속하기로 했다.
4개 노포는 서울시가 2015년 발표한 역사도심기본계획에서 생활유산으로 지정됐다. 당시 생활유산에 대해 ‘원위치에서 보존 활용이 곤란한 경우 부지 내에서 이전해 보존 활용한다’ 등 기본 원칙을 세워놨지만 4년 가까이 되도록 서울시 차원의 보존 노력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노포 살리기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박 시장이 뒤늦게 여론에 떠밀려 재검토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검토 결정으로 서울시가 지난해 말 발표한 도심주택공급 계획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당시 서울시는 올 상반기 세운지구 주거비율을 60%에서 90%로 늘려 2022년까지 주택 2770채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세운지구 3-2구역 재개발 시행사인 한호건설은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의 오피스텔을 짓겠다고 했지만 무산된 셈이다.
6·25전쟁 후 실력 있는 공구상이 몰려 산업화와 경제성장에 이바지한 세운지구의 재개발은 부침을 겪었다. 197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진전이 없었다. 2006년 10월 당시 오세훈 시장이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해 고층 주상복합 건설 등을 추진했지만 문화재청이 종묘 인근 고층 건물은 안 된다며 반대해 무산됐고, 2011년 박 시장 취임 이후 백지화됐다. 박 시장은 2014년 3월 세운지구에 아파트와 업무시설, 상가 등의 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년 9개월 만에 궤도를 수정하게 됐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