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마야(맨 오른쪽). 사진제공|현대건설
현대건설은 V리그 4라운드 막판에 3연승을 거뒀다. 2019년 들어 무패의 팀이다. 시즌 개막 이후 11연패에 빠지며 무기력했던 팀의 모습은 간 곳이 없다. 2라운드 5경기를 모두 3-0으로 완패 당했지만 남자부 우리카드와 함께 시즌 도중에 가장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연패 속에서도 묵묵히 많은 땀을 흘리며 노력해온 선수들이 대변신의 주인공이지만 대체 외국인선수 마야도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시즌 도중 V리그 선수로의 꿈을 이룬 마야의 영입막전막후와 팀의 에이스로 녹아든 스토리 속에는 많은 교훈이 숨어 있다.
● 급할수록 돌아간 결과는 복덩이 마야 선택
막막했지만 구단 상층부의 생각은 달랐다. 단장과 부단장은 “언제든지 선수는 바꿔줄테니 급할수록 신중 또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라”고 당부했다.
지난 시즌 도중 부상당한 엘리자베스를 대신해 필리핀에서 대체 외국인선수 소냐를 급히 데려왔지만 효과가 좋지 못했던 교훈을 잊지 않았던 지시였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코칭스태프는 영입가능 선수의 영상을 수십번 다시 돌려봤다. 마야는 무려 6번이나 경기영상 확인과 현재 리그에서의 성적 등을 참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 한국과 여러모로 인연이 닿았던 마야
마야도 한국행에 관심이 많았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때는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이 입었던 옷을 가져갈 정도였다. 외국인선수가 마음에 든다고 하자 이정철 감독도 선뜻 옷을 벗어줬다. 마야는 이정철 감독에게 답례로 맥주 6병을 선물했다. 그만큼 외향적인 성격으로 스스럼이 없었다. 한국과 V리그를 유독 좋아했다. 꼭 V리그에서 뛰고자 했던 마야는 비록 트라이아웃에서는 한국행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현대건설의 이적제의가 오자 즉각 간다고 했다.
● 기량보다 더 중요한 팀의 선수로 녹아들다
11월24일 IBK기업은행과의 2라운드에서 V리그 데뷔전을 가진 마야는 갈수록 복덩어리였다.
시작은 자신에게 익숙한 포지션 오른쪽이 아닌 왼쪽이었다. 팀의 터줏대감 황연주와의 공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받아들였다.
그는 IBK기업은행의 어나이와 에이전트(진용주 대표)가 같다. OK저축은행의 요스바니도 같은 에이전트 소속이다. 현재 V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수 3명이 같은 에이전트 소속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마야의 영입과정에서도 에이전트는 큰 역할을 했다. 진용주 대표는 계약을 마치면 뒷일은 잘 챙기지 않는 몇몇 외국인 에이전트와는 달랐다. 항상 선수의 경기 때나 훈련장을 찾아다니면서 한국에서의 생활에 힘든 점을 묻고 도울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섰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