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019 SIHH에서 첫 선을 보인 까르띠에 베누아워치. 까르띠에는 올해 여성 라인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각 업체 제공
스위스 고급시계박람회(SIHH)는 시계업계의 새해를 알리는 신호탄 같은 존재다. 매년 1월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이벤트로 그해 출시되는 신제품을 가장 빨리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시계박람회다.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시계 박람회’인 SIHH는 올해 29회째로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올해는 까르띠에, 로저드뷔, IWC, 에르메스, 피아제 등 명품 고급시계 브랜드 35곳이 참가했다. 1991년 제네바에서 까르띠에, 피아제, 보메 메르시에 등 5개 브랜드로 시작한 쇼가 지금의 대형 박람회로 발전했다. 입장권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바젤월드(3월)와 달리 SIHH는 기본적으로 초대를 받은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다.
까르띠에와 에르메스, 피아제 등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여성 고객들을 의식한 듯 여성 라인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특히 까르띠에는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이 돋보이는 ‘베누아 워치’와 시계 베젤(테두리)에 주얼리를 적용한 ‘베누아 알롱제 워치’, ‘팬더 드 까르띠에 커프 워치’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까르띠에는 이번 SIHH를 통해 베누아 워치 오리지널 모델의 매력은 그대로 간직하면서 더욱 정교한 피니싱 처리로 새롭게 탄생한 베누아 워치를 공개했다. 보다 슬림한 스트랩, 새롭게 디자인된 로마 숫자, 30m 방수 기능에 옐로 골드 소재의 관능적인 타원형 실루엣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로저드뷔, IWC 파네라이 등이 속한 리치몬트그룹이 주도하는 SIHH는 이름에 걸맞게 올해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초호화 시계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로저드뷔의 ‘엑스칼리버 원오프’ 제품은 전 세계에서 딱 1개만 생산하는 한정판으로 가격이 무려 13억9555만 원에 달했다. 이 제품은 싱가포르 고객이 구입해 곧바로 품절됐다.
IWC 샤프하우젠은 파일럿워치인 스핏파이어 컬렉션의 새 모델을 공개했다. 영국의 전설적인 전투기인 스핏파이어의 이름을 딴 이 컬렉션은 1948년 영국왕립공군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당시 군에 복무 중인 파일럿들이 많이 착용했다. 두 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되는 이번 새 모델 케이스백(뒷면)에는 스핏파이어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파네라이는 탄소섬유 기반의 신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전문 다이버 워치인 ‘파네라이 섭머저블 카보테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뛰어난 내구성의 이번 신제품은 300m 방수 기능과 잠수 시간 측정용 회전 베젤이 적용됐다.
몽블랑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탐험정신 등에 대한 존경을 담은 ‘1858 컬렉션’을 선보였다. 클래식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기존 모델과는 달리 빈티지한 외관이 눈에 띈다. 케이스백에는 몽블랑 산을 상징하는 엠블럼과 나침반, 교차된 두 개의 얼음 곡괭이가 새겨져 산악 탐험의 정신을 기념하고 있다.
이번 SIHH에선 제품의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꾸민 부스들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로저드뷔는 람보르기니와의 협업을 강조하기 위해 부스에 11억 원이 넘는 슈퍼카를 실제로 가져다놓았고, 예거르쿨트르는 공방이 있는 스위스 발레드주 지역의 나무를 전시회장에 옮겨심기도 했다. 스핏파이어를 주력으로 내세운 IWC는 부스에 대형 전투기를 설치해 방문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내년부터는 기존 1월과 3월에 진행되던 SIHH와 바젤월드가 4월 말과 5월 초에 연달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계업계 관계자는 “비용 대비 박람회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스와치그룹을 시작으로 유명 시계 브랜드들이 박람회 불참 선언을 잇달아 하고 있다”면서 “간격을 두고 진행하던 박람회를 연이어 하는 것은 사람들을 끌기 위한 나름의 대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