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담
제주시 구좌읍 농경지. 당근, 무 등의 파란 잎이 무성하게 자란 가운데 농지를 둘러싼 돌담인 밭담(사진)이 끊어질 듯하면서 길게 늘어섰다. 밭담을 이루는 돌은 거무튀튀한 현무암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들다. 얼기설기 쌓은 탓에 위태롭게 보이지만 강풍이 불어도 흔들거릴 뿐 좀처럼 무너지는 일이 없다. 거친 현무암 표면이 맞물려 서로 지탱해 주기 때문이다.
밭담을 비롯해 화산섬인 제주에 지천으로 널린 돌을 무한자원으로 이용하면서 의식주 전반에 걸쳐 독특한 돌담문화를 형성했다. 집 울타리인 울담, 무덤을 보호하는 산담,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바다의 원담, 적의 침입에 대비해 해안에 쌓은 환해장성, 말 방목을 위한 목장의 잣성 등 다양하다. 돌담은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자산이지만 도로 개발, 건물 신축, 농지 정리 등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 돌담이 다시 등장하지만 원형에서 벗어난 것이 허다하다. 기계로 깎고 다듬어서 자로 잰 듯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변했다. 돌담이 갖고 있던 거칠고 투박함, 돌과 돌 사이 바람구멍, 곡선 등의 이미지도 덩달아 퇴색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