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인하대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박찬정 씨(오른쪽)가 주치의 이문희 교수(암센터장)와 향후 치료 등을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박찬정 씨(47·주부)는 지난해 7월 초 가슴에서 이물질이 만져져 인하대병원을 찾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박 씨는 “세 자녀 육아에 신경 쓰느라 불규칙적인 식습관이 생활화됐다. 평소 술도 즐겨 마시는 등 생활습관도 좋지 못했던 것 같다”고 주치의 이문희 교수(암센터장·혈액종양내과)에게 털어놨다. 이 교수는 여성으로서 박 씨가 받은 유방암 진단의 충격을 완화해 주면서 수술과 이후 치료 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해 줬다. 박 씨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12월 13일 방사선치료를 마쳤다.
박 씨는 이 교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에서 “주치의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유방암 치료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됐다. 정신적 충격이 큰 유방암 판정으로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이 교수가 따뜻하게 치료는 물론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부작용의 양상과 주의사항을 친절하게 얘기해줘 암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의 일대일 대응시스템과 다학제 진료가 유방암 환자의 치료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일대일 대응시스템은 유방암 환자가 병원을 찾는 순간부터 암 전문 코디네이터가 맞춤형 조치를 취해 신속하게 입원하고 수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학제 진료는 해당 분야 의료진만이 아니라 환자의 질환과 연관되는 각종 분야 의료진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다.
유방암은 다른 고형암(固形癌·일정하게 단단한 모양을 이루는 악성 종양)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고 종류도 다양하다.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호르몬 억제치료, 성형수술 등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 치료가 중요하다.
국내 암 등록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유방암이 증가하고 자궁경부암은 줄고 있다. 유방암은 서구화된 생활습관, 음주, 저출산, 불규칙한 음식 섭취와 그로 인한 과체중 등이 증가 원인이다. 또 가족력 영향도 크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첫 모유 수유가 늦어지는 것도 관계가 있다.
이 교수는 유방암 고위험군으로 △어머니나 형제 중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한쪽 유방에 유방암이 있었던 사람 △출산 경험이 없는 사람 △30세 이후 첫 출산을 한 사람 △비만이거나 동물성 지방을 과잉 섭취하는 사람 △장기간 호르몬 자극을 받은 사람 △가슴 부위 방사선치료를 받은 사람을 꼽았다.
유방암은 자가진단이 중요하지만 종양 크기가 지름 1cm 미만일 경우에는 촉진을 해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유방암을 예방한다며 여성호르몬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호르몬치료를 받을 때는 1년에 한 번 전문의를 찾아 유방암과 자궁내막암 검사를 받은 게 안전하다.
이 교수는 “모든 암이 그렇듯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 조기 발견이 중요하므로 국가 검진에 적극 참여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유방암 예방을 위해서는 음주 흡연은 기본으로 피하고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며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