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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운용위원 절반 이상이 ‘친정부-친노동’

입력 | 2019-01-25 03:00:00

한진칼 주주권 행사여부 촉각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냄에 따라 다음 달 초에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금운용위가 수탁자책임위의 결정을 뒤집는 데는 당장 부담이 따를 순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시장의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기금운용위의 위원 구성을 봤을 때 친(親)정부, 친노동 성향 인사가 많은 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적용을 주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4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에서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가 결정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위는 한진칼에 대해 5 대 4, 대한항공에 대해 7 대 2로 주주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기금운용위 위원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주주권 행사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기금운용위는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부 인사 5명, 외부 추천인사 14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정부 측 인사는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 차관 4명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이날 출석을 한다면 사실상 정부 방침을 따라 의견 표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인사 14명 중에서도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측 인사 2명을 제외하면 노동계 및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 추천·소속 인사, 국책연구원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한국개발연구원장)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금운용위는 위원 절반 이상이 회의에 참석하고 참석자 과반이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된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위의 현재 구성이 정부 쪽에 지나치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운용위 A 위원은 “자신을 추천한 기관의 입장이나 정치적 신념에 따라 표결이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금운용위 구성 자체가 정부에 유리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민간 위원들 가운데 기금 운용 또는 경제·금융시장 전문가가 거의 없다 보니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합리적 근거보다는 이념적 성향에 따라 표결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기금운용위는 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못 하고 정부의 입김에 따라 흔들린 적이 많았다. 일례로 국민연금은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정치권이나 당국으로부터 증시 부양의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왔다. 현 정부에서도 국민연금을 공공 임대주택에 투자해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한편 청와대는 전날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재차 불거지자 해명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서면 브리핑에서 “기업의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 활동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행사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참고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건혁 gun@donga.com·문병기·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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