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어제 새벽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2017년 9월 퇴임한 지 489일 만에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실질심사 때 복잡한 심경을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사법부 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후배 법관 앞에 피의자로 서게 된 것을 개인 차원의 모욕을 넘어 사법부의 수치로 여겼을 것이다. 법원은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선 두 번째 청구된 구속영장을 다시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만나고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V’ 표시를 한 정황 증거와 전·현직 법관들의 관련 진술 등을 근거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40여 가지 범법행위를 적용했지만 주요 혐의는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다. 전 대법원장을 구속할 정도로 증거와 법리가 충분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물증으로 제시된 문건들도 재판거래 혹은 재판개입을 유죄로 입증할 만한 확고한 증거로 보긴 힘들다. 구속영장 발부는 강제수사의 필요를 인정한 것일 뿐 유무죄는 결국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수사팀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고 한다. ‘유죄 입증’에 진력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무리한 수사 확대의 유혹에 빠져선 안 될 것이다. 몇 개월 전 수사 책임자가 ‘법원을 살리는 수사’라는 말을 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재판과 소추를 분담하는 법원과 검찰은 사법 정의를 세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국가 중추기관들이다. 어느 한쪽이 흔들리면 사법 정의까지 흔들려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