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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법부 치욕의 날… “수치스럽다”는 양승태, “부끄럽다”는 김명수

입력 | 2019-01-25 00:00:00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어제 새벽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2017년 9월 퇴임한 지 489일 만에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실질심사 때 복잡한 심경을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사법부 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후배 법관 앞에 피의자로 서게 된 것을 개인 차원의 모욕을 넘어 사법부의 수치로 여겼을 것이다. 법원은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선 두 번째 청구된 구속영장을 다시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만나고 ‘물의 야기 법관’ 문건에 ‘V’ 표시를 한 정황 증거와 전·현직 법관들의 관련 진술 등을 근거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40여 가지 범법행위를 적용했지만 주요 혐의는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다. 전 대법원장을 구속할 정도로 증거와 법리가 충분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물증으로 제시된 문건들도 재판거래 혹은 재판개입을 유죄로 입증할 만한 확고한 증거로 보긴 힘들다. 구속영장 발부는 강제수사의 필요를 인정한 것일 뿐 유무죄는 결국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수사팀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고 한다. ‘유죄 입증’에 진력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무리한 수사 확대의 유혹에 빠져선 안 될 것이다. 몇 개월 전 수사 책임자가 ‘법원을 살리는 수사’라는 말을 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재판과 소추를 분담하는 법원과 검찰은 사법 정의를 세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국가 중추기관들이다. 어느 한쪽이 흔들리면 사법 정의까지 흔들려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법관들은 관련 소송의 재심 청구 등 ‘재판 불신’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면 사법 불신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어제 출근 때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과거 사법부의 잘못만 사과할 일은 아니다. 지금 사법부 역시 정치권에 동료 법관 탄핵을 촉구하는 등 내홍에 휩싸여 있다. 사법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코드 인사’의 폐해도 여전하다. 사법 독립을 저해하는 권력의 외풍이나 내부의 압력을 차단하지 못하면 법률과 양심에 따른 소신 재판은 요원하다. 치욕을 딛고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각오로 법관 개개인이 자성과 쇄신에 힘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