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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고 부끄럽다” 두번 허리 굽힌 김명수 대법원장

입력 | 2019-01-25 03:00:00

출근길 大法청사서 대국민 사과… 법원갈등 봉합방안 묻자 긴 한숨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새벽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뉴스1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24일 오전 9시 7분경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한 김명수 대법원장. 1층 로비 앞에서 기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어 3초간 허리를 깊숙이 굽혔다.

허리를 펴고 선 뒤 정면을 바라본 김 대법원장은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야 우리의 마음과 각오를 밝히고, 또 국민 여러분께 작으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를 저는 찾을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긴장한 듯 가끔씩 입술이 떨렸다.

김 대법원장은 “다만 저를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그것만이 우리가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는 유일한 길이고 또 그것만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마지막으로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김 대법원장은 다시 2초간 허리를 굽혀 거듭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기자들이 ‘앞으로 법원 내부 갈등은 어떻게 봉합할 건가’라고 물었지만 크게 한숨을 들이쉬며 대법원 청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를 주재했고, 오후에는 전원합의체 선고를 했다. 대법원은 전직 사법부 수장의 구속에 대한 별도의 성명이나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중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7개월 만인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했다. 검찰청사로 향하기 직전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정문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자 김 대법원장은 “죄송하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직후 김 대법원장은 “부끄럽다”며 더 높은 수준의 사과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대표해 국민들에게 허리를 두 번이나 굽혀 사법부의 과오를 반성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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