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산업1부 차장
자동화를 기반으로 제조 전 과정에서 생긴 데이터를 활용해 보자는 스마트공장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독일이 2010년 스마트공장 구축에 나선 이후 한국에서도 2014년부터 비슷한 사업이 추진됐다. 2022년까지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을 2만 개로 늘리려던 계획도 있었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나서 제조업의 위기를 돌파할 해법으로 제시했으니 공무원들의 속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정부가 1억 원을 내면 기업도 1억 원을 내야 하는 매칭구조를 악용해 중소기업에 예산을 따주겠다며 접근하는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중소기업들이 현금 대신 인력 등 현물로 투자하겠다는 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고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따게 해 중간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예산을 노린 브로커의 등장과 중소기업의 미숙한 활용은 어찌 보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현재 국내 스마트공장은 독일 지멘스나 미국의 GE, 프랑스의 슈나이더일렉트릭과 같은 해외 기업들의 기술로 생겨나고 있다. 이들의 기술과 시스템이 적용되면 향후 유지 관리 보수에서도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동화로 국내에서 사라지는 일자리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창출되는 고급 일자리로 바뀔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방식이라면 그 과실은 한국 기업에 돌아올 수 없는 구조다.
무엇보다 제조업 혁신을 위한 스마트공장이 자칫 제조업 위기의 불씨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자동화의 기반 위에서 이뤄지는 스마트공장은 필연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된다. 과거 포드도 이른바 테일러리즘이라는 자동화를 통해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시간을 12.5시간에서 1.33시간으로 단축했다. 당연히 일자리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나중에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동차 소비가 대규모로 늘어 상황이 반전되긴 했다. 한 대당 발생하는 일자리 수가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보다 훨씬 많아지면서 선순환에 성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한국은 물론이고 주요 수출시장에서도 생산성 증가로 가격이 떨어진 만큼 소비여력이 커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의 신발업체인 아디다스가 설립한 스마트공장처럼 실시간 데이터로 시장의 수요를 읽어내면서 맞춤형 생산을 할 수준까지 레벨업되지 못하면 한국의 스마트공장은 결국 공급 과잉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그 결과는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군사작전을 하듯이 ‘대통령 임기 내 3만 개 설립’이라는 시간과 목표치를 세우고 밀어붙이는 정부의 산업전략이 제조업 혁신을 위한 제대로 된 방향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정세진 산업1부 차장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