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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연승 공동선두 KB ‘소통의 힘’

입력 | 2019-01-25 03:00:00

3라운드 3연패로 위기 다가오자, 주장 강아정 “터놓고 얘기해보자”
“높이 못살린다… 집념 부족하다”
거침없는 의견 제시, 분위기 달라져




여자프로농구 시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KB스타즈가 3라운드 3연패에 빠지며 분위기가 가라앉자 주장 강아정(30·180cm)은 팀원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승패를 떠나 선수들의 잘잘못을 기탄없이 이야기하자는 것. “경기 후 미팅을 하면 어느새 저 혼자만 말하고 있더라고요. 코트보다 벤치에서 더 잘 보이는 게 있거든요. 서로 상처받을까 봐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는데, ‘그러지 말고 터놓고 얘기하자’고 했죠.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오늘은 뭘 잘못 한 것 같냐’고 계속 물어봤어요.”

여자프로농구 강아정(왼쪽에서 두 번째)과 KB스타즈 선수들이 21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79-71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KB스타즈는 우리은행과의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3승 2패로 앞서며 공동 1위에 올라섰다. WKBL 제공

선수들의 마음을 열게 하려는 주장의 노력에 선수들은 조금씩 용기를 냈다. 언니의 잘못을 지적하기가 어려워 쭈뼛대던 후배 선수들은 어느새 신랄한 독설가(?)까지 됐다. “‘공에 대한 집념이 없는 것 같다’ ‘왜 박스아웃 안 들어가냐’고 무섭게 다그쳐요. 아주 조금 상처받을 때도 있는데….(웃음) 그래도 늘 고마워요. 다 팀을 위한 마음뿐이니까요.”

팀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자 문제점이 보이고 해법도 찾게 됐다. KB스타즈는 대형 센터 박지수(21)와 카일라 쏜튼(27)을 보유한 ‘높이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리바운드를 믿고 자신 있게 슛을 쏴야 했지만 골밑에서 좀 더 좋은 찬스를 위해 머뭇거릴 때가 많았다. 강아정은 “(팀원들이) 너무 배려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완벽한 기회를 찾기보다 ‘무리다’ 싶을 정도로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분위기를 바꾼 KB스타즈는 24일 현재 8연승을 달리고 있다. 21일에는 선두 우리은행을 79-71로 꺾고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날 강아정이 3점슛 5개를 포함해 20득점, 박지수가 21득점 9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이날 승리로 우리은행과의 상대 전적에서 3승 2패로 앞섰지만 강아정은 동료들에게 ‘들뜨지 말자’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은행은) 괜히 통합 6연패를 한 팀이 아니다.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다시 따라오고 문제가 생겨도 반드시 해법을 찾는다”며 “자만하지 않고 매 경기 살얼음판을 밟는 기분으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올 시즌 강아정은 경기당 평균 11득점 3.2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코트 안팎에서 팀을 이끌고 있다.
 
천안=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