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와 행안부 실무자간 기싸움에서 시작된 사안이 두 기관 수장 간 입씨름으로 번지면서 새 국면을 맞는 분위기다.
김 장관은 2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 시장의 광화문광장 개편 계획을 정면 비판했다. 김 장관은 “서울시의 설계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협의 과정에서 우리가 안 된다고 수차례 이야기했는데, 합의도 안 된 사안을 그대로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그냥 발표해서 여론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인가”라고 박 시장을 비난했다.
김 장관은 “앞쪽 도로가 없어지면 차가 접근할 수 없고, 주차장도 쓸 수가 없게 된다. 이번 설계안은 한 마디로 정부서울청사를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그런 안을 정부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 장관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어제(24일) 잘 협의해서 해결하겠다고 양 기관이 만나서 발표까지 했다. 그런데 장관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세상에 절대 안되는 일이 어디 있겠나”라며 김 장관의 비판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또 “제가 일을 해보면 무슨 일이든 과정에서 이견, 분란, 비판이 있다”며 “제가 서울시장 7년 했는데 서울로(7017) 같은 경우에 얼마나 반대가 있었나. 박근혜 정권 시절 국토부, 경찰청, 문화재청, 시민들이 반대했다. 제가 비오는 날 골목 다니면서 시민을 설득하고 경찰청, 문화재청, 국토부 다 극복하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이날 벌인 설전은 사실 예상 밖의 전개다. 서울시와 행안부의 갈등이 봉합국면에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합의안에는 기관간 업무 협의를 위해 과장급 실무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광장 조성에 따른 서울청사 일부 건물과 부지 포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계획 시설 결정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한다는 약속이 합의안에 담겼다.
서울시와 행안부는 합의안 말미에 “이번 공모 당선작의 청사 내 공간 활용계획은 당선자의 창의적 제안으로, 확정된 계획이 아님을 재확인했다”며 “구체적 설계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는 만큼 연말까지 진행되는 실시설계 과정에서 양 기관이 적극 협의해 최적의 대안을 찾고 최종 설계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며 갈등 봉합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 시장과 김 장관이 설전을 벌이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18~19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때 김 장관이 박 시장에게 서운함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시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시도지사협의회 회의 자리에서 김 장관이 내놓은 지방분권안에 대한 불만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시장은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타 시도지사들이 김 장관을 상대로 지방분권 의지가 부족하다는 내용의 비판을 제기해 김 장관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김 장관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복선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곧 행안부를 떠날 김 장관으로선 박 시장과의 충돌에서 잃을 게 사실상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개각이 발표될 때까지 김 장관이 박 시장을 상대로 공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 내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 시장과 김 장관이 부딪히는 일은 앞으로 더 자주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두 수장의 자존심 대결 속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라는 큰 사업이 본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