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법 역사상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처음 구속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향후 진행될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해 방어에 나설지 주목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을 이날 오전부터 소환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전날 새벽께 구속된 후 오전에는 변호인과 가족 접견을 가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별다른 심경 변화를 보이지 않고, 담담한 태도로 접견에 임했다고 한다.
검찰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소송 관련 재판부 배당 조작 의혹 및 정치인 등 외부 인사 재판 청탁 의혹 등 또 다른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추가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 및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구속 이후 조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검찰 수사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향후 기소될 경우 재판에서 본격 승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40여개에 달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그 예시로 제시된다. 임 전 차장은 사법 농단 의혹의 ‘중간 책임자’로 지난해 10월 구속된 이후 검찰에 수차례 소환됐으나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상대로 각종 의혹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개입 여부 등을 조사하려 했지만, 임 전 차장은 입을 굳게 닫았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도 묵비권 행사를 통해 검찰 조사에 사실상 불응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구조상 하급자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급자인 양 전 대법원장 본인이 이를 뒤집을 만큼 적극적인 진술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향후 재판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단계서 변호를 맡아온 최정숙 변호사는 앞서 검찰 조사가 모두 마무리됐을 무렵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향후 검찰 조사가 어렵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비록 구속은 됐지만, 재판에서 승부수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수사기록과 적극적인 증거조사를 통해서 무죄 판단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