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격납고에 대기 중인 기상항공기의 모습. 2019.1.24/뉴스1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 25일 서해에서 진행됐지만 실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이날 기상항공기로 인공강우물질인 요오드화은 연소탄 24발을 살포하고 구름의 변화를 관찰한다. 정부는 이런 실험을 올해 15번 진행할 예정이다. ‘삼한사미’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들 입장에선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을지 올해 진행될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 입자를 자극해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인공강우는 아예 맑은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구름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공증우’로 불리기도 한다.
비가 내리기 위해서는 구름 속의 아주 작은 물방울인 구름입자가 서로 뭉쳐 빗방울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때 구름 속에 인위적으로 구름입자를 성장시키는 ‘구름씨앗’을 살포해 비가 내리게 하는 것이 인공강우 기술이다. 구름씨앗으로는 주변 수분을 흡수하는 물질인 ‘요오드화은’이나 ‘염화나트륨’ 같은 물질이 사용된다.
인공강우의 효과는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인공강우 선도국인 중국은 1958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해 60년 넘게 노하우를 쌓았다. 중국은 가뭄이 심했던 2007년 랴오닝성에서 로켓 1500발을 발사해 2억8300만톤(t)에 달하는 비를 내리게 한 기록을 갖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맑은 날씨를 만들기 위해 로켓 1000여발을 쏴 경기장 주변 구름에서 미리 비를 다 내리게 만든 사례도 유명하다.
인공강우의 한계를 확인할 나라 역시 중국이다. 현재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과 칭화대학, 칭하이성은 한반도 8배, 스페인 3배에 달하는 면적에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강우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티베트 고원에서 중국의 연간 물 소비량의 약 7%에 달하는 100억㎥의 비를 만드는 이 실험에는 구름씨앗을 만드는 연소시설과 굴뚝부터 대포, 드론, 항공기, 인공위성까지 총동원된다. 다만 최근 일부 중국 연구자들이 이 실험에 대해 “과학적 근거와 기술적 타당성이 없는 망상적인 프로젝트”라며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해 아직 성공 가능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국내에선 인공강우 실험이 시작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임대항공기로 총 42번 소규모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다. 이 중 효과를 본 것은 16번뿐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상항공기를 도입해 인공강우 실험을 한 결과 12번 실험에서 9번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잠정 분석되기도 했다.
세계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인공강우 기술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기술력은 선진국의 약 74%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공식적인 최대 성과는 1mm 강수량을 1시간동안 유지한 것이다. 미국 서부지역에서는 인공강우로 비의 양이 15~20%의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보고가 있고, 이스라엘의 경우 2~3일까지 강수환경을 유지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크다.
우리나라 기상환경에서도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막기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불어오는 날에는 대부분 고기압 중심에 들어있어 구름이 없는 날이 많아 인공으로 비를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한계도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를 씻어내려면 비가 시간당 5~10mm는 내려야 하는데, 현재 우리가 보유한 기술은 최대 1mm를 증우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실험은 기초연구 수준에서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차원으로 시도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미세먼지의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는 가운데, 이번 실험도 그 일환으로 봐달라”면서 “당장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기술력과 노하우가 축적된다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인공강우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현재 기초연구 단계에 있는 인공강우 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