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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정치의 숨겨진 본질, 시공을 넘어선 탐구

입력 | 2019-01-26 03:00:00

◇슈미트와 벤야민 사이, 아감벤/서규환 지음/442쪽·2만 원·다인아트




생존해 있는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글은 국내에 번역되기 시작한 10년 전부터 보기 드문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아감벤은 발터 벤야민 저서의 이탈리아 번역 책임자다. 벤야민과 유대인 랍비 출신 종교학자 야콥 타우베스에게 끌려 ‘남겨진 시간’이란 책을 썼다. 정치철학자 카를 슈미트는 생면부지의 타우베스에게 전화를 걸어 정치 토론을 제안했다. 네 사람 사이에 시공을 뛰어넘어 정치의 본질에 대한 낯선 생각들이 오갔다.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는 그를 죽이더라도 살인죄로 처벌받지 않는, 고대 로마법상의 특이한 존재다. ‘호모 사케르’를 통해 드러나는 정치의 숨겨진 본질은 벤야민의 메시아주의,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자가 주권자라는 슈미트의 사상과 연결돼 있다. 아감벤을 다룬 국내 사회과학 분야의 첫 저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