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이 나라의 축복이자 저주다. 우고 차베스는 2000년 집권 이후 석유회사를 국유화하고 나머지 제품은 석유를 수출한 돈으로 수입해 국민에게 싸게 공급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썼다. 유가가 높을 때는 그런 정책이 가까스로 유지가 가능했으나 2014년 유가가 급락하자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차베스가 2013년 암으로 사망하면서 정치적 위기까지 더해졌다. 차베스는 니콜라스 마두로를 후계자로 지명했으나 마두로는 관권선거로 집권 초부터 정당성 시비에 휘말렸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2013년 말 이후 초(超)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물가는 한 주 만에 몇만 %씩 올라 더 이상 세는 의미가 없어졌다. 석유의 나라에서 무려 인구의 10%인 300만 명이 먹고살기 위해 나라를 떠나는 진기한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국민 평균 체중이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10kg 이상 줄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도 있다. 차베스 치하에서 무기 보유가 확산돼 2014년 미스 베네수엘라 출신의 여배우 모니카 스페아르가 노상강도의 총격에 사망하는 등 치안도 더 불안해졌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