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차이: 파란 하늘을 본 적 있어요?
왕후이칭: 푸른 기가 있는 하늘은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왕후이칭: 아뇨, 없는데요.
미세먼지를 주제로 만든 중국 다큐멘터리 ‘언더더돔(Under the dome)’에 나오는 대화다. 이 장면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하얀 구름을 본 적이 없는 중국의 어린이들. 이들에게 구름의 색은 검은빛, 진회색이다. 이 영상은 한 앵커가 어린 딸의 암 발생이 중국의 심각한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피해를 막기 위해서 만들었다. 제작하면서 그는 중국의 디스토피아적인 미세먼지의 현실에 절망한다.
미래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 예측하는 영상도 있다. 한국의 웹드라마 ‘고래먼지’의 한 장면이다. “공기 썩기 전에는 ’벚꽃엔딩‘ 들으면서 봄만 되면 소풍 나갔었는데….” “소풍이 뭐예요?” 2053년의 서울 풍경이다. 극심한 미세먼지로 방독면 없이 외출하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다. 보이는 것은 다 무너진 황량함이고 다시 볼 수 없게 된 봄 풍경은 노래로만 남아있다.
“잿빛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존재마저도 지워버리는 스크린 속 미세먼지는 차라리 공포다.” 한국 영화 ‘낯선 자’의 이야기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 나머지 창문을 꽁꽁 싸매 집 안은 대낮인데도 깜깜하다. 맑은 공기를 찾아 집에 침입한 거지를 피해 온 힘을 다해 도망친다. 그러나 바깥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자욱한 미세먼지 세상이다.
“마침내 미세먼지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프랑스 영화 ‘인 더 더스트’의 광고카피다. 파리에 지진과 함께 미세먼지가 차오르는 사상 초유의 재난이 발생한다. 파리 시민의 60%가 죽는다. “최첨단 인공지능으로 병을 치료하는 미래이지만 미세먼지만은 국가도 사람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감독은 말한다. 필자는 대학에서 미세먼지를 강의할 때면 이 영화들을 보여준다. “우울하지만 이게 지구와 인류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