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주민들 최대 인상에 불만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윤모 씨(62·여)는 이날 아침부터 주민센터, 구청 등에 문의 전화를 걸었다. 윤 씨는 “근처에 있는 집의 공시가격이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랐다고 그러더라”며 “고급 주택가도 아니고 일반 서민 동네인데 우리 집이 내야 할 세금은 얼마나 늘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 씨 집은 국토교통부가 전국 390만 채 단독주택 가운데 22만 채를 조사해 발표하는 표준단독주택이 아니어서, 4월 30일까지 기다려 봐야 공시가격이 어느 정도 오를지 알 수 있다.
올해는 25일부터 한 달 동안 진행되는 공시가격 이의신청 건수가 예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4일까지 진행했던 표준단독주택 의견청취 기간에는 총 1599건의 문제 제기가 접수됐다. 이는 1년 전 의견청취 당시 접수된 889건보다 79.9%나 늘어난 수치다.
구청 공무원들도 “지나치게 오른 공시가격 때문에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4월 말이 되면 민원이 폭증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 마포구 관계자는 “주민들도 공시가격을 현실화한다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갑자기 너무 올라 걱정이 큰 편”이라며 “공시가격을 점진적으로 올려달라는 의견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포구는 올해 표준단독주택 가격이 31.24% 올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공시가격 상승률 3위에 올랐다. 마포구 연남동 주민들은 공시가격 의견청취 기간인 9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를 직접 찾아가 인상률이 너무 높다는 의견을 냈다. 당초 전년 대비 39.68%에 이르던 공시가 상승률은 31.24%로 8.44%포인트 줄었다.
전문가들은 ‘깜깜이 가격 책정’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매년 공시가격 책정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5개 세금의 과세 근거가 되는 공시가격을 책정하면서도, 가격 책정에 사용되는 주택의 ‘시세’가 얼마인지 소유자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같은 용산구 한남동이어도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집은 80%에 이르고 작게 오른 집은 10%에 그치는 등 천차만별 인상률도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방안은 투명성과 전문성 강화”라며 “이를 바로잡지 않고 고가주택 위주로 공시가격만 높이면 결국 조세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