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늘 한결 같았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다.
한국은 25일 오후 10시(한국시간) 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1960년 이후 59년 만의 정상을 바라봤지만 복병 카타르에게 덜미를 잡히며 준결승 조차 밟지 못했다.
한국처럼 우승을 노리는 팀들은 한 달에 가까운 장기전이라는 생각으로 아시안컵에 임해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최대 7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해당 내용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선수기용으로 조기 탈락을 자초했다. 심지어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중국도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했으나 벤투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는 선수들의 빠른 체력 저하로 이어졌다.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갖지 못한 선수들은 정작 중요한 토너먼트에서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했다.
중국전에서 손흥민(토트넘)을 길게 뛰게 한 것은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지난 14일 UAE에 입성한 손흥민은 이틀 뒤 중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 선발 출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90분을 소화한 뒤 불과 사흘 만이었다. 손흥민의 중국전 출전 시간은 무려 89분이나 됐다. 사실상 풀타임이나 마찬가지였다.
중국전 승리로 손흥민의 기용은 성공으로 포장됐으나 얼마 못 가 밑천이 드러났다. 바레인과의 16강전과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손흥민은 평소와 달리 무척 무기력했다. 후반 막판에는 힘에 부친 듯 거의 걷다시피 했다.
손흥민은 탈락이 확정된 후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을 정말 꺼려하는데, 대표팀 와서 몸 상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경기장에서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였다. 팀이 거는 기대감이 크고, 내가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체력 문제 겹치니 너무 못했다.”
【아부다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