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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살의 눈빛은 참혹”…문인들, 김용균 추모시 낭독

입력 | 2019-01-26 14:46:00


“나의 일터는 목숨을 거는 전쟁터다 엄마가 말했지 용균아 오늘도 무사히 일하고 와야 해 컨베이어벨트는 엄마 말을 집어 삼켰지//컨베이어벨트는 키득키득 지금도 누군가의 목숨을 돌리고 있을 것이다”(봉윤숙 시인 ‘나에게 돈은 목숨이다’)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씨의 49재를 하루 앞둔 26일, 시인 2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고인을 추모하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젊은작가포럼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고 김용균 시민분향소 앞에서 추모시 낭송회를 열었다.

이날 봉윤숙 시인은 김씨의 입장을 생각하며 쓴 시 ‘나에게 돈은 목숨이다’를 발표했다.

그는 시에서 “컨베이어벨트 위 석탄으로 실려 가 본 적 있는가//분진을 나르며 굉음을 내는 컨베이어벨트는 죽음을 운반하지 낙탄이 됐다가 삽이 댔다가 나는 찰리채플린처럼 시커매져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지”라고 말했다.

이어 “가까이 왔다가 멀어지는 별처럼 아득해지는 눈//스물네 살의 눈빛은 영롱하지 아니 참혹하지 누가 날 멈추지 않는 기계 속으로 떠밀었나 나에게 감성팔이를 하지 말라 하청과 비정규직이란 말은 나도 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일한 것이 죄인가//부릅뜬 눈으로 벨트와 함께 돌다가 속도에 휘말려보라 숨통을 틀어막다가 숨이 헐떡거리다가 먼지의 뽀얀 사막 속에서 길을 잃어 보았는가//컵라면 하나가 나의 유일한 위안거리다”라고 한탄했다.

올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설하한 시인은 1917년 미국 라듐회사의 제품 제조 공장에서 작업 중 피폭으로 숨진 수십명의 여성 노동자들 이야기를 담은 ‘라듐걸스’라는 시를 낭송했다.

설 시인은 “‘라듐걸스’ 사건을 계기로 미국 노동계에 변화가 일어났고 후속 조치도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이제 김용균 군의 이야기가 거의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김용균 군과 똑같은 이유로 다시 사람이 죽지 않도록 (우리사회가)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낭송회에서는 김성규, 전비담, 문동만, 권수정, 최백규 시인 등도 추모시를 낭독했다. 고인을 기리는 노래 공연도 이어졌다.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11일 한국서부발전의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 중 사고로 숨졌다.

‘청년 비정규직 고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책임자처벌과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지난 22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같은날 충남 태안에 마련됐던 고인의 빈소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