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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칼럼]노영민은 “손혜원 안된다” 직언할 수 있나

입력 | 2019-01-27 21:41:00

대통령 부인의 절친, 손혜원 의원… 국민은 자신감의 근거를 알고 있다
검찰 수사한들 의혹이 밝혀질까
모두가 싸고돌 때 비서실장 나서 ‘孫절매’ 서둘러 정권부담 덜어내야



김순덕 대기자


손혜원 의원은 억울할 것이다. 투기(投機)란 ‘시세 변동을 예상해 차익을 얻기 위해 하는 매매 거래’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엔 나와 있다. 그의 가족과 참모의 가족, 그리고 남편이 이사장인 문화재단에서 전남 목포 구(舊)도심 건물과 땅을 집중 매입한 건 맞다. 그러나 차익을 얻기 위해 산 게 아니면, 투기라고 할 순 없다고 나는 본다.

이곳에 자신의 100억 원대 나전칠기 컬렉션을 넣은 박물관을 만들고 국가에 기증할 계획이었다는 말도 진심일 것이다. 근대문화유산공간을 ‘힙’하게 살려내 세계적 관광지로 키울 전문가를 투기꾼으로 몰다니, 죽어도 결백을 밝히고야 말겠다는 투지도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자기는 선의(善意)이고 비판은 모두 악의(惡意)라는 손혜원의 태도는, 불편하다. 그 자신감의 근거를 전 국민이 알고 있어서다.

손혜원 힘의 원천엔 ‘언론 기사만 읽지 않는 SNS 사용자(사실상 국민 모두)가 있다’고 의원실은 자부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초선 의원의 탈당 자리에 괜히 호위무사로 나섰겠나. 성공한 여성으로서 자기 확신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투기, 피감기관에 대한 압력 행사, 이해충돌 등 한 가지라도 걸리는 게 있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검찰 수사를 자청할 ‘멘털 갑’은 흔치 않다. 대통령 부인의 절친(절친한 친구)을 감히 검찰이 건드리겠느냐는 오만이 엿보인다.

손혜원은 가족 친지가 목포 부동산을 사들이던 2017년 10월 3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서 “문화재재단과 박물관재단 등 4개 단체장과 자리를 마련해주면 내년 예산을 얼마나 효율성 있게 쓸 수 있는지 말씀드리고 실천을 해보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공모전을 언급했다. 이듬해 1월 문화재청은 근대역사문화공간 공모에 들어갔고 8월 목포를 선정했다. 그래도 손혜원이 “압력을 행사한 바 없다”고 주장하면 그만이다.

부친의 독립유공자 서훈이든, 문화계 인사 문제든 그가 실제로 압력을 가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 살짝 의견만 귀띔해도 대통령 부인의 절친임을 아는 사람들이 알아서 기었을 가능성도 있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아는 손혜원이 이를 의식하지 못할 리 없다.

공직자 이해충돌 금지 의무까지 안 가더라도 보통의 의원들은 자신과 관련된 일로 민원을 하진 않는다. 보통 아닌 손혜원이 “지금까진 이익 본 게 없어 이해충돌도 없다”고 하는 건 공인의식 결핍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그는 근대역사문화공간 지원금으로 박물관을 세우고, 기부채납 명분으로 사실상 주인이되 평생 자원봉사자로 기록되는 명예를 거머쥘 판이다.

권력자 측근이 ‘국정의 사유화’ 의혹을 일으킨 이번 사태를 놓고 청와대는 지난주 “아무리 대통령 배우자의 친구라 할지라도 현역 국회의원이어서 감찰이나 조사 자체가 월권”이라고 굳이 선을 그었다. 검찰 역시 모든 혐의를 덮는 식으로 알아서 처리해 버린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것이 뻔하다.

정무적 판단에 능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나서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혜원이 등장하는 순간 사람들은 조건반사처럼 대통령 부인을 떠올린다. 탈당 기자회견 때 손혜원이 원내대표의 어깨에 손을 척 얹는 장면에서 박근혜 대통령 때 남자 비서관이 휴대전화를 셔츠에 닦아 건네자 척 받는 최순실이 연상됐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최순실을 내치도록 직언했더라면 나라의 명운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누구도 말을 못하는 지금, 그가 의원직을 내려놓고 문화사랑의 본업으로 돌아가도록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것은 비서실장만이 할 수 있다. 조용히 대통령 부인에게 절교를 당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설 연휴 고향에 모인 민심은 손혜원과 최순실을 비교하며 악화될 공산이 크다. “손혜원은 안 된다”고 손절매(損切賣)하지 않을 경우, 숙명여고 출신을 둘러싼 루머가 레임덕을 앞당기고 향후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모양새가 걱정스럽다면 노영민이 빠지면서 공석이 된 중국 대사로 내보내는 건 어떤가. 어차피 전임자처럼 한중 관계 개선 같은 큰일에 신경 쓸 상황도 못 된다. 이참에 손혜원이 중국 나전칠기를 연구한다면 목포에 들어설 나전칠기 박물관의 격이 높아질지 누가 아는가.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