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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깜깜이’ 공시가격 산정, 공정성 투명성 없이 신뢰 못 얻어

입력 | 2019-01-28 00:00:00


올해 전국 22만 채의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된 뒤 주택 보유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4일까지 진행된 의견청취 기간에 불만을 제기한 주민은 지난해의 2배에 육박했다. 앞으로 한 달간 이어질 이의신청 기간에도 민원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의지에 따라 상승 폭이 가팔랐던 데다 산정 과정이 깜깜이로 진행되고 결과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낮고 지역별로 들쑥날쑥한 공시가격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은 조세 형평성에 맞는 일이다. 하지만 그 조정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만 한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등 각종 세금 부과는 물론이고 복지혜택 수급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적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주민 의견청취를 거쳐 공시가격을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고무줄처럼 변한 곳이 수두룩하다. 예컨대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단독주택은 당초 공시가격이 지난해 10억9000만 원에서 올해 32억3000만 원으로 뛴다고 통보받았지만 최종 통보액은 21억5000만 원이었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이 주변 거래 사례와 건물구조, 개발용도 등을 일괄 평가해 조사·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지역의 개발계획 등이 제대로 반영이 안 돼 수정을 거쳤다는 게 정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한 달 새 10억 원 넘게 바뀐다면 ‘정부 마음대로 부르고 매기는 게 공시가’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의를 제기하면 대폭 깎아주고 가만히 있으면 수십 % 오른다면 당사자가 객관성과 공정성에 수긍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정부는 ‘시세 15억 원=고가주택’이라는 기준을 정해 비싼 주택일수록 공시가격을 더 올리는 원칙을 밝혔는데, 이 기준도 어떻게 나온 것인지 설명이 부족하다.

4월 400만 채의 개별단독주택과 1298만 채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이 발표된다. 공시가격의 급진적 현실화와 주먹구구식 산정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조세행정에 대한 불신과 저항이 커질 수 있다. 납세자에게 깜깜이처럼 여겨지는 공시가격 산정 구조에 대한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동시에 점진적 인상으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