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불안해 잦은 고장에도 역사 안에 비상키 비치 안해 교통公 자회사서 관리… 대응 늦어 콜센터 연락해도 제때 통화 어렵고 고객안내센터는 “우리 소관 아냐” 속타는 고객 문 부숴 짐 찾기도
27일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한 시민이 물품보관함 ‘해피박스’를 이용하려고 서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마음이 다급해진 김 씨는 역내 고객안내센터를 찾아갔다. 하지만 고객안내센터에서는 “물품보관함은 외부 업체가 관리해서 우리는 열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했다. 다시 친구와 번갈아가며 콜센터에 10여 차례 전화한 끝에 겨우 통화할 수 있었다. 그는 “콜센터에서 원격으로 보관함 문을 열어주기까지 40분 넘게 걸렸다. 지하철역에 있는 보관함인데 역에서 ‘나 몰라라’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지하철 역내 물품보관함 ‘해피박스’는 27일 현재 270개 지하철역의 332곳에 있다. 각 보관함 개수로 따지면 약 1만 개다. 해피박스는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아니라 교통공사의 자회사인 서울도시철도엔지니어링이 관리한다. 교통공사는 지난해 초 외주로 운영하던 물품보관함을 직접 운영하려고 해피박스를 기획했다. 그러나 역무원 업무 부담이 너무 커지는 데다 따로 전담 부서를 만들 여력도 없어 그해 9월 역내 시설물을 관리하는 도시철도엔지니어링에 맡겼다. 이때 물품보관함의 비상키나 마스터키를 역사에 비치하지 않게 됐다.
이 사건 이후 교통공사와 도시철도엔지니어링은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도시철도엔지니어링 측은 각 역에 마스터키를 하나씩 놓자고 제안했지만 교통공사 측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역무원 부담과 책임이 커지고 물품보관함을 도시철도엔지니어링이 관리하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교통공사 측은 “역내 자판기가 돈을 삼켜서 고객이 항의할 때가 있지만 역에서 책임지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철도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7일∼올해 1월 17일 콜센터에 걸려온 문의 전화는 평일 평균 280건, 주말 평균 452건 등 1만1000여 건이었다. 문의 전화 대부분은 사용법을 묻는 장·노년층이 걸었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내용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중 콜센터가 바로 받지 못한 전화는 408건이었다. 이들에 대해서는 늦어도 10분 이내 콜센터 측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콜센터에서는 주간 7명이 근무하며 야간에는 두세 명이 일한다. 도시철도엔지니어링 측은 “물품보관함 운영을 시작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주말에 전화가 몰리면 콜센터에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