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게임’의 역사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역사는 오래됐다. 게임의 역사, 그 자체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애 시뮬레이션은 1980년대 일본에서 시작됐다. 개인용 컴퓨터와 게임기용으로 먼저 개발됐다. 1985년 출시한 ‘천사들의 오후’는 이 장르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게임 캐릭터와 대화를 주고받는 식의 기초적 어드벤처 기능을 선보였다.
본격적인 붐은 1990년대. ‘동급생’ ‘두근두근 메모리얼’이 잇따라 나오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리즈로 이어지며 소프트웨어가 100만 장 이상 팔리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1997년 ‘캠퍼스 러브 스토리’를 필두로 ‘리플레이’ 등이 나오면서 선전했다.
연애 게임의 르네상스는 스마트폰이 이끌었다. 한때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 일쑤이던 연애 게임은 모바일 시대로 옮겨오면서 습한 방을 벗어나 휴대전화를 타고 일상으로, 양지로 나왔다. 여성용 게임도 늘었다.
모바일 시대에 추가된 다양하고 편리한 기능은 중독성을 높여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일본에서 나온 ‘러브 플러스’는 터치펜을 이용한 동작 감지, 입체 그래픽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신드롬은 거셌다. 플레이어가 게임 캐릭터 중 한 명과 실제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지방 도시에서 이들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2017년에는 중국 게임 ‘연여제작인(러브&프로듀서)’에 등장하는 가상 캐릭터를 위해 게이머들이 쓴 돈이 월간 3900만 달러(약 437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캐릭터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4만9000달러(약 5492만 원)짜리 축하 광고를 띄우기도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