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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재난에 울고, 사채에 피눈물

입력 | 2019-01-28 03:00:00

조선업 불황에 식당 유지도 허덕… 500만원 빌렸다가 1년새 4배로
정부의 서민대출 받기 쉽지않아… 고용위기지역 불법사금융 피해




‘3만 원 넘게 써야 하는데 서울에 가도 될까.’

경남 창원에서 음식점을 하는 40대 안모 씨(여)는 지난해 11월 서울행 고속버스 표를 끊기까지 한참 고민했다. 서민금융박람회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터미널에 갔지만 버스비는 안 씨에게 큰돈이었다.

그가 박람회에 가게 된 건 ‘일수 이자’ 때문이었다. 조선업 불황으로 장사가 안돼 가게 유지비조차 안 나오자 1년 전 사채를 빌려 쓴 게 화근이었다. 원금 500만 원이 이자를 합쳐 2000만 원으로 불었다. 가게 하루 매출이 약 20만 원인데 일수로 15만 원을 내고 나면 생활비조차 부족했다. 얼마 전 빚 독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고등학생 두 아들 때문에 마음을 다잡던 참이었다. 안 씨는 “하루하루 불어나는 일수 이자가 숨통을 조였다. 악순환을 끊고 싶었지만 창원엔 상담하고 구제 방법을 물어볼 곳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 씨는 박람회에서 자신의 신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민대출이 없다는 걸 알고 망연자실했다. 결국 정부 서민금융상품은 포기하고, 한 민간단체에서 100만 원을 빌려 급한 불을 껐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은 소액 대출이 필요한데 마땅한 대출기관을 찾기 어렵다. 결국 사채에 손을 벌리게 된다”고 했다.

경남 창원과 거제, 전북 군산과 전남 목포 등 조선업 등의 몰락으로 고용·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다 경기 악화에 이은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사채업자들은 경기침체와 실업난 속에 생활비가 급해진 청년, 자영업자들에게 주로 손을 뻗는다. 요즘엔 설 연휴를 앞두고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노린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경찰이 불법 사금융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협회에 금리 확인을 요청한 사례가 호남·제주권의 경우 2015년 8건에서 지난해에는 38건으로 늘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 중 조선업과 자동차업이 동시에 몰락한 군산에서만 17건이 발생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 군산·목포=김형민 / 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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