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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매료시킨 최고의 브랜드… 불황에도 빛났다

입력 | 2019-01-29 03:00:00

‘2019 한국소비자 평가 최고의 브랜드 대상’ 48개 선정
‘친밀감’으로 소비자 마음 저격, 브랜드 로열티 높여




‘A1’은 스테이크 소스의 상징이다. 서양에선 한 집 걸러 쓴다는 A1도 1990년대 초반 미국 경제가 급작스러운 경제 불황으로 곤경에 처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소비자들이 비싸진 소고기 섭취를 줄였고, A1의 판매도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불황을 틈타 값싼 유사 제품까지 쏟아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경쟁사 제품에 비해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쌌던 A1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A1은 당시 가격을 내려 판매량을 늘리는 일반적인 전략 대신 ‘브랜드 로열티(충성도)’로 이를 극복했다. 박리다매가 일회성으로는 좋지만 거시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1은 제품에 대한 친밀감을 강조해 소비자 의존도를 높이고 구매자에 대한 만족감을 제고하는데 집중했다. 우선 다 구워진 스테이크에 뿌리는 것 외에 다양한 ‘용도’를 강조했다. ‘A1은 음식 양념에도 좋고, 스테이크의 대체 식품으로 떠오른 햄버거에도 어울리는 만능 소스’라고 광고했다. 이후 비싼 스테이크 대신 햄버거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에게 A1 소스 사용으로 인한 만족감을 높여 그들의 보상심리를 충족시켰다.

불황기에 택한 발상의 전환은 곧 상황을 반전시켰다. 1992년 미국 전체 소스 시장 규모가 1.5% 줄어든 반면, A1 소스 판매는 오히려 3% 증가했다. 브랜드 로열티가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극복하는 힘을 발휘한 사례다. A1은 현재 스테이크 소스의 대표 브랜드이자 스테이크용 소스를 뜻하는 또 다른 용어가 됐다.

브랜드 로열티는 소비자를 사로잡아 끄는 매혹의 기술이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친밀감을 통해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갖게 된다.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를 재구매하게 만들고 결국 브랜드 주체의 이익을 창출하는 원천이 된다.

요즘은 브랜드 홍수시대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상품마다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브랜드의 영역도 소비재를 벗어나 금융과 서비스 상품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기업은 물론 정치권과 지자체들까지 앞다퉈 브랜드를 개발하고 구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 단체가 가진 위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홍보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믿고 쓸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한 확실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한국소비자 평가 최고의 브랜드 대상(KCAB)’은 이 같은 시대적 특성을 반영해 탄생했다.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소비자평가위원회가 후원한다. 2017년 시작해 올해로 3년째를 맞은 KCAB는 소비자가 직접 뽑은 좋은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똑똑한 소비자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기업에는 브랜드 로열티를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매출 증가를 이룰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올해는 지난 한 해 소비자를 매혹시킨 최고의 브랜드 48곳이 공개됐다. 선정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관련 설문조사와 전문가의 심사를 통해 이뤄졌다. 각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상품성·사용경험·만족도 등 5개 항목에 대해 소비자가 응답한 결과를 바탕으로 항목별 가중치를 부여해 측정했다. 먼저 한국리서치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만 20∼59세 성인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1월 16일까지 약 한 달간 소비자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엄정하고 공정한 잣대를 적용해 최종 수상자를 가려냈다.

‘2019 KCAB’는 소비자가 직접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수상자들은 소비자들과의 끈끈한 친밀감으로 남다른 감동을 줬고, 그렇게 브랜드 로열티를 높였다. 분야는 다르지만 제각각 업계 최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궁극의 브랜드 로열티를 육성·관리한 기업·단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불황기에 탄탄한 브랜드 로열티를 구축해 둔 기업·단체들은 브랜드 가치 제고에 노력하는 것이 결국에는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2019 한국 소비자평가 최고의 브랜드 대상 시상식은 29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 “영원한 승자는 없다…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해야” ▼

심사평/유창조 동국대 교수

시장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특기 신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시장에서의 지위 역전은 단기간 내에 일어난다. 브랜드 관리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에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과거 브랜드 관리의 핵심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브랜드관리자에게 최적의 고객체험을 제공하는 것을 요구한다. 최적의 고객체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단계적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희생(sacrifice)을 이해해야 한다. 소비자가 선택한 브랜드라도 그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브랜드가 아님을 명심하자. 고객이 원하는 브랜드와 현재 선택해서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의 차이가 소비자 희생이다. 이러한 희생을 줄여줌으로써 브랜드의 완성도는 높아지고 이러한 세심함에 고객은 감동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브랜드 관리자는 고객의 참여를 유도해 고객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co-creation)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품격을 관리해 소비자의 정신에 소구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고 더 좋은 사회를 구현하는데 기여하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하게 정립한 후 이를 위해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브랜드활동을 전개할 때 브랜드 품격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으로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기에 올해 수상한 기업들은 브랜드 혁신 활동을 통해 고객에게 최적 체험을 제공해 줌으로써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국내의 수많은 기업들에 새로운 목표와 도전을 주는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 줄 것을 당부한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