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95번째 산유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동해가스전.
김해공항에서 한국석유공사 전용 헬기를 타고 이륙한 지 40분 만에 플랫폼에 도착했다. 플랫폼의 헬기장 남쪽 아래에 위치한 정유 설비 옆에는 불필요한 가스를 연소시켜 배출하는 플레어스택(소각탑)에서 불꽃이 활활 타고 있었다. 2004년 7월 동해가스전에서 생산이 시작된 이후 한 차례도 꺼지지 않은 이 불꽃은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2021년이면 꺼질 예정이다. 이곳에서 천연가스와 원유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울산 앞바다의 고래Ⅴ 구조에서 천연가스와 원유가 발견된 것은 1998년 7월. 이 일대는 울산 앞바다에 넓게 펼쳐져 있는 수심 200m 미만의 대륙붕이다. 석유공사는 현대중공업에 의뢰해 2004년 7월 4000억 원을 들여 가스와 원유를 생산하기 위한 플랫폼을 설치한 뒤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때 만든 설비 제작 경험을 토대로 해양 설비 세계 1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울산 앞바다의 동해가스전 중앙통제실. 통제실은 동해가스전의 천연가스와 원유 생산량과 안전, 인근 해역으로의 어선 항해 여부 등을 감시한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동해가스전 플랫폼이 세워진 곳의 수심은 152m다. 바다 밑 암반층까지 파일을 박아 설치했다. 무게는 1만4000t. 이곳에는 직원 23명이 근무한다. 정원 46명이 2주마다 교대한다. 플랫폼은 수면에서 48m 높이에 3층 규모로 설치돼 있고, 가스 및 원유 처리시설과 발전시설, 숙소 등을 갖추고 있다. 초속 50m 바람, 리히터 규모 6.5 지진, 파고 17.5m에서도 거뜬히 견딜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가스로 3500kW의 발전기에서 전기를 생산해 자체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5호 태풍 콩레이가 인근으로 지나가면서 플랫폼이 조금 흔들리기도 했지만 가동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
가스와 원유 생산이 끝나감에 따라 이 플랫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울산시는 이 플랫폼 주변 바다 일원 40km²에 200MW 생산 능력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해상풍력발전단지의 타당성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플랫폼에 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을 측정하는 풍향계를 설치했다. 10월까지 1년간 측정한 자료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의 타당성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동해가스전에서 가스와 원유 생산이 끝나면 철거하는 비용만 수천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설을 해상풍력발전의 해상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