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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자 84% “향후 5년간 부동산 침체-정체”

입력 | 2019-01-29 03:00:00

하나금융硏 ‘2019 부자보고서’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갖고 있는 부자들의 절반 가까이는 부동산 경기가 향후 5년간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0명 중 8명은 지방 부동산이 침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자산 구성을 당장 바꿀 생각은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이 느는 건 부담이지만 사고 팔 때 납부하는 양도소득세도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9 한국의 부자 보고서’를 내놓았다.

○ 부자들 “부동산 전망 안 좋다”

KEB하나은행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프라이빗뱅킹(PB)센터 고객 92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1%는 향후 5년간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침체할 것으로 봤다. ‘완만한 침체’는 34%, ‘현 상태로 정체’는 39%였고,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15%에 그쳤다. 침체 속도와 상관없이 전체의 45%는 부동산 경기가 지금보다 안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지난해 조사(38%)보다 7%포인트 높다.

서울 지역 부동산에 대해서는 침체 전망이 29%에 그쳤지만 지방 부동산은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82%나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들은 여전히 부동산을 계속 손에 쥐고 있겠다고 답했다. 현재의 자산 구성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46%, 부동산 비중을 늘리고 금융자산 비중을 줄이겠다는 답변이 13%였다.

이경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자들은 쉽게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는다”며 “부동산을 장기간 보유하면 결국 오른다는 ‘학습 효과’ 때문에 특히 나이가 든 고객들은 쉽게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는 데다 세금 부담 때문에 퇴로가 막힌 것도 부동산 처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장은 “자산가들이 보유한 부동산은 대부분 서울 강남에 있어 가격이 높고 양도세를 비롯한 처분 비용이 워낙 큰 편”이라며 “지금 나오고 있는 매물은 빚내서 투자하다가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내놓은 것이지 일반 자산가들이 내놓은 매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여전히 부동산에 치우친 자산 구성


부자들의 1순위 투자처는 여전히 부동산이었다. 약 133억4000만 원의 평균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53.1%로 전년 조사보다 2.5%포인트 늘었다.

이들 부자 가운데 93.1%는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투자 목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형태는 중소형 아파트(57.5%)였다. 이어 대형 아파트(36.7%), 오피스텔(27.5%), 단독·다가구주택(13.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이 투자 대상으로 삼은 지역은 역시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 강남 3구. 강남권에 투자 목적 주택을 보유한 부자가 62.2%나 됐고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 등 서울 도심권이 23.6%, 경기도가 11.8%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부자들은 보유 자산의 48%를 노후 자산으로 쓰고 43%는 상속·증여 등으로 물려주겠다고 밝혔다. 상속·증여 형태로는 부동산이 44%로 가장 선호도가 높았고 현금이나 예금 증여는 31%, 주식·채권·펀드는 9%에 불과했다. 안성학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됨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을 자녀나 손주에게 물려줘 일정한 임대수익을 계속 얻게끔 만들어 주려는 자산가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부자들은 평균 5.9년에 한 번 자동차를 바꾸며, 보유 자동차로는 벤츠(31.8%)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BMW(19.5%), 현대·기아자동차(18.6%), 아우디(10.7%)가 그 뒤를 이었다.

또 강남 3구에 거주하는 부자들은 한 달 평균 1366만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구 평균 지출액의 4배 수준에 이른다. 또 응답자의 68%는 카드보다 현금 사용을 선호했다. 이유는 ‘세금 등 기록이 남는 것이 싫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