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硏 ‘2019 부자보고서’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갖고 있는 부자들의 절반 가까이는 부동산 경기가 향후 5년간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0명 중 8명은 지방 부동산이 침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자산 구성을 당장 바꿀 생각은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이 느는 건 부담이지만 사고 팔 때 납부하는 양도소득세도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KEB하나은행·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9 한국의 부자 보고서’를 내놓았다.
○ 부자들 “부동산 전망 안 좋다”
서울 지역 부동산에 대해서는 침체 전망이 29%에 그쳤지만 지방 부동산은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82%나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들은 여전히 부동산을 계속 손에 쥐고 있겠다고 답했다. 현재의 자산 구성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46%, 부동산 비중을 늘리고 금융자산 비중을 줄이겠다는 답변이 13%였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장은 “자산가들이 보유한 부동산은 대부분 서울 강남에 있어 가격이 높고 양도세를 비롯한 처분 비용이 워낙 큰 편”이라며 “지금 나오고 있는 매물은 빚내서 투자하다가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내놓은 것이지 일반 자산가들이 내놓은 매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여전히 부동산에 치우친 자산 구성
이들 부자 가운데 93.1%는 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투자 목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형태는 중소형 아파트(57.5%)였다. 이어 대형 아파트(36.7%), 오피스텔(27.5%), 단독·다가구주택(13.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이 투자 대상으로 삼은 지역은 역시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 강남 3구. 강남권에 투자 목적 주택을 보유한 부자가 62.2%나 됐고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 등 서울 도심권이 23.6%, 경기도가 11.8%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부자들은 보유 자산의 48%를 노후 자산으로 쓰고 43%는 상속·증여 등으로 물려주겠다고 밝혔다. 상속·증여 형태로는 부동산이 44%로 가장 선호도가 높았고 현금이나 예금 증여는 31%, 주식·채권·펀드는 9%에 불과했다. 안성학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됨에 따라 수익형 부동산을 자녀나 손주에게 물려줘 일정한 임대수익을 계속 얻게끔 만들어 주려는 자산가가 많다”고 말했다.
또 강남 3구에 거주하는 부자들은 한 달 평균 1366만 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구 평균 지출액의 4배 수준에 이른다. 또 응답자의 68%는 카드보다 현금 사용을 선호했다. 이유는 ‘세금 등 기록이 남는 것이 싫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