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공장 짓고 인수합병까지 작년 9700억원 투자… 전년의 4배 중국 재료로 한국산 제품 만들어 미중분쟁 피하고 동남아 수출 고무된 코트라 “더 끌어오겠다”… 국내 中企는 설 자리 잃을까 걱정
중국 비철금속업체인 밍타이(明泰)는 지난해 11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과 4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전남 광양 세풍산업단지 내 약 8만 m²(약 2만4000평) 땅에 300명의 인력을 채용해 알루미늄 판재 10만 t과 포일 2t 등 연간 12만 t 규모의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해 90%는 수출할 계획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밍타이와 같은 중국 제조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 한국 내 생산을 통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전략으로 미국발 ‘관세 폭탄’을 피하고 국내 시장에도 본격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 지난해 역대 최대인 27억 달러 투자한 중국
동남아 시장을 겨냥해 한국에 공장을 짓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신생 자동차 기업인 쑹궈(松果)자동차는 지난해 9월 충남 당진시에 전기자동차 부분조립생산(SKD) 공장을 짓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대구에도 SKD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쑹궈자동차 중국 공장에서 제작된 조립식 차체와 부품이 한국 공장에 도착하면 이를 완성해 출고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공장은 올해 9월부터 가동될 예정으로 완성된 전기자동차는 동남아 지역 등으로 수출된다.
안병수 서울디지털대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조차도 기업의 투자 심사를 깐깐히 하고 세제 감면 혜택을 줄이고 있어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이나 베트남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 “해외 제조업체 한국 이전 늘어야”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KOTRA는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국내 진출 움직임에 고무적인 분위기다. 김삼수 KOTRA 신산업유치팀장은 “밍타이 등 중국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이 알려져 더 많은 해외 제조업체가 한국으로 왔으면 좋겠다.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생산기지를 둘 경우 국내 중소기업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밍타이가 광양에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비철금속협회가 반발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