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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오일뱅크 지분 19.9% 아람코에 넘겼다

입력 | 2019-01-29 03:00:00

세계1위 사우디 석유사와 계약… 1조8000억원 받고 매각하기로




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9.9%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1조8000억 원의 매각 대금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아람코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중동 사업 및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현대중공업은 아람코와 1조8000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 관한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 원으로 산정하고 주당 가치를 3만6000원 수준으로 평가해 최대 19.9%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두 회사의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실제 매각이 이뤄지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가 되고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은 71%로 낮아진다.

아람코는 현재 에쓰오일의 지분 6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여기에 현대오일뱅크 지분까지 20% 이상 인수하면 공정거래법상 현대오일뱅크를 에쓰오일의 계열사로 편입시켜야 하기 때문에 19.9%까지만 인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11월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여러 사업을 함께 진행하며 신뢰를 쌓은 것이 이번 투자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의 산업발전 계획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우디 최대의 조선소 건립을 함께 진행하고 있고 올해 엔진 제조 합작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1위의 석유회사가 투자했다는 점만으로도 현대오일뱅크의 기업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아람코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 단계 더 발전할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석유화학, 유전 개발, 윤활유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투자 유치로 현대중공업의 재무 건전성이 높아지면서 선박과 해양 플랜트 등의 수주는 물론이고 다양한 신산업에 대한 투자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에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미래 사업으로 육성 중인 로봇 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로봇 사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번 투자 자금이 상당 부분 해당 분야의 신사업에 투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리IPO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시일이 필요한 만큼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절차는 당분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의 영향으로 지연된 바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