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결혼 잔소리에 지친 젊은층에 응원-위로 메시지 알바생 존중 등 감성적 접근
올해 명절 광고는 지난해까지 흔했던 시골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하는 전통적인 명절 풍경(왼쪽 사진) 대신 젊은층을 향한 응원 메시지 등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내용이 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28일 온라인에는 ‘잔소리쟁이 현우 삼촌에게’라는 제목의 광고가 등장했다. 영어교육업체 ‘야나두’가 설을 앞두고 선보인 광고였지만 명절 때 흔히 봐왔던 귀성길 풍경이나 북적이는 시골집 같은 장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광고 속 남자 주인공은 이번 설에는 조카들에게 ‘잔소리’ 대신 ‘할 수 있다’는 격려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명절 시즌만 되면 친척들의 잔소리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의 고충을 담은 이 광고는 ‘명절 스트레스를 유쾌하게 풀어냈다’며 누리꾼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실제로 최근 한 구인·구직 업체가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는 설 명절 스트레스로 어른들의 잔소리를 꼽았다.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알바몬(위 사진), 야나두 등이 방영한 광고. 유튜브 영상 캡처
설날(2월 5일)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설 선물 등 명절 분위기를 담은 광고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청년들을 응원하거나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차례 준비 등에 나서는 분위기를 반영한 광고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건강식품업체 정관장의 광고에는 한 노신사가 등장해 곧 고등학생이 되는 손자가 안쓰럽다며 직원에게 선물을 골라줄 것을 부탁한다.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잘 전해지길 바란다’는 멘트로 끝을 맺는 이 광고는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10대 중고교생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식품업체 샘표가 선보인 한 광고에는 설날을 맞아 떡국을 만드는 한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주목할 만한 것은 떡국을 하는 사람이 ‘엄마’가 아닌 ‘할아버지’라는 점이다. 지금껏 여성들에게만 치중됐던 명절 가사 노동을 가족 구성원이 함께 나누자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샘표 관계자는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있지만 남성들도 집안일에 적극 나서는 최근 변화와 명절 분위기를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 가족이 모여 명절 음식을 먹는 등 ‘따뜻하고 풍성한 명절 분위기’를 담았던 광고들이 변화한 건 최근 바뀐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특성 외에 감성적 측면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일기획 김장용 광고기획파트 팀장은 “최근 광고들은 제품 판매 홍보를 넘어 사회 현상에 대한 해석까지 담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가 타깃인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바뀌는 명절 트렌드를 반영한 광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