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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비아냥이 가장 듣기 싫었기에… ‘해결사의 진수’ 보여주다

입력 | 2019-01-29 03:00:00

오리온 중위권 점프 주역 최진수





203cm 장신 포워드 최진수(오리온)의 어깨에는 ‘봄 농구’에 대한 기대감이 얹혀 있다. 최진수의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시즌 초반 최하위였던 오리온은 6위까지 뛰어올라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고양=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자유계약선수(FA) 먹튀라는 말을 가장 듣기 싫었죠.”

지난해 FA 최대어였던 오리온 포워드 최진수(30·203cm)는 보수 총액 6억5000만 원(연봉 4억5500만 원+인센티브 1억9500만 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이는 지난해 체결된 계약 중 최대 규모다. 현재 KBL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 KGC 오세근(32·8억5000만 원), KCC 이정현(32·7억 원)에 이은 3위다. 그는 “FA 이후에는 원래 하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한다. 제자리에 머물면 질타를 받는다”고 말했다.

최진수는 올 시즌 경기당 31분 57초를 뛰며 평균 14.4점(국내 4위)으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약하던 몸싸움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3.7개에 그쳤던 리바운드가 5.8개로 크게 늘었고 블록슛도 경기당 한 개 이상(1.1개) 꾸준히 해주고 있다. 23일 SK전에서는 29득점 5블록슛을 기록한 가운데 종료 직전 버저비터 3점슛으로 77-76 역전승을 따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진수는 신장과 탄력을 바탕으로 골밑에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2012년 어깨 수술 후에 몸싸움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데뷔 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1부 리그에서 뛰었던 최진수는 특급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11년 프로 데뷔 후 어깨 부상 등이 겹치며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이후 부진이 길어지자 기대가 컸던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최진수는 스스로에 대해 “플레이 스타일을 확립해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데뷔 초기에는 ‘키가 큰데 왜 골밑에 들어가지 않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역할은 3번(스몰포워드)과 4번(파워포워드)의 중간이다. 흔히 ‘3.5번’이라고 하지 않나. 3.5번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10연패에 빠지며 최하위까지 내려앉았던 오리온은 대릴 먼로(33)가 부상에서 복귀한 가운데 4라운드부터 최진수와 포워드 허일영을 필두로 한 공격이 살아나면서 28일 현재 공동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최진수는 “감독님은 4위까지도 해보자고 하시더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주는 먼로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준비했던 농구가 잘 안 됐는데 감독님이 비시즌 기간 구상한 퍼즐이 이제야 맞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진수가 말하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포워드 이승현(27·197cm)이다. 29일 상무에서 전역하는 이승현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쉽게 밀리지 않는 힘과 외곽슛을 갖춰 최진수와 함께 ‘원투 펀치’를 구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진수는 “승현이가 골밑을 맡아주면 외곽에서 슛을 좀 더 쏠 수 있을 것 같다. 또 먼로가 정통 센터보다는 패스를 주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승현이와 시너지가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양=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