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주주권행사 논의 엿새만에… 복지부-한진그룹 면담결과 듣기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자문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논의한 지 엿새 만에 다시 소집된다. 수탁자전문위가 23일 1차 회의에서 사실상 부결된 주주권 행사를 재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수탁자전문위는 29일 서울 모처에서 2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3일 1차 회의가 끝난 뒤 9명의 위원 중 3명 이상이 추가 회의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2차 회의는 공식적으로는 28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복지부와 한진그룹 간 비공개 면담 결과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전문위의 한 위원은 “1차 회의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도전할지, 한진그룹이 국민연금의 요구사항에 응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를 선언할 경우 발생할 손실 추정액도 재검증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1차 회의 때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식 단기매매를 통해 최근 3년간 469억 원의 수익을 올렸고 다음 달 1일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꾸면 약 44억 원의 수익을 반환해야 한다는 추정치를 제시했었다.
복지부는 “2차 회의에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나 행사 범위는 안건이 아니며 재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불과 사흘 앞두고 회의를 열면 그 자체가 기금운용위에 압박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차 회의에서 ‘1차 회의 결과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올 경우 기금운용위가 1차 수탁자책임위의 논의 결과를 무시할 명분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건혁 gun@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