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비닐 대신 종이, 물로 만든 보랭팩… 환경 살리는 ‘포장 다이어트’

입력 | 2019-01-29 03:00:00

[과대 포장 OUT]<1>명절 쓰레기 줄이기 확산




28일 경기 군포시 CJ한국복합물류센터에서 직원이 상품의 크기에 꼭 맞게 제작된 맞춤형 종이상자 안에 아이스팩을 넣고 있다. 물로 만든 아이스팩과 종이테이프로 마무리한 포장은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다. 아이스팩은 물을 따라 버린 후 분리 배출하면 된다(왼쪽사진). CJ ENM 오쇼핑 부문에서 제작한 종이행거 상자(오른쪽사진 아래)와 기존에 배송하던 부직포 포장(오른쪽사진 위). 종이상자를 활용해 옷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할 수 있고 재활용률도 높였다. 군포=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8일 오전 10시 반 경기 군포시 CJ한국복합물류센터. 설 연휴가 일주일도 남지 않아서인지 모든 직원이 이리저리 바삐 뛰었다. 거래 송장을 확인한 뒤 컵밥, 커피, 가공햄 등 각종 물품을 상자에 담아 포장하자 지게차가 이를 쉴 새 없이 날랐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곳에서 기자의 눈길을 끈 게 있다. 종이박스에 으레 들어가는 일명 ‘뽁뽁이’로 불리는 비닐 에어캡이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깨질 수 있는 물품들은 벌집 모양의 종이 완충재로 둘러졌다. 종이 완충재는 충격 흡수성이 좋아 에어캡보다 20∼30% 적게 쓸 수 있다. 상자 속 빈 공간은 스티로폼 대신 울룩불룩한 종이 완충재로 채웠다. 셀로판테이프 대신 종이테이프로 밀봉하면 포장 끝!


○ 쓰레기 줄이기의 최대 적(敵)은 포장재

지난해 평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선 하루 평균 859만 개의 택배가 오갔다. 설과 추석이 있던 2월과 9월엔 각각 하루 평균 890만 개, 903만 개로 늘었다.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같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택배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만큼 포장 폐기물도 증가한다. 넘쳐나는 포장 쓰레기의 재활용성을 높이는 게 ‘쓰레기 대란’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자발적으로 포장재 양을 줄이고 재활용 또는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포장재를 혁신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환경부는 포장재의 대명사 격인 에어캡을 종이로 바꾸는 감량 지침을 16일 내놓았다. 포장재를 조금만 쓰고, 다시 쓸 수 있게 바꾸는 것은 유통업체로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 나무상자 No, 종이상자가 대세

CJ ENM 오쇼핑 부문은 택배 물품을 포장할 때 지난해부터 종이테이프와 종이완충재를 사용한 데 이어 최근에는 맞춤형 종이 보랭(保冷)상자를 선보였다. 스티로폼 상자 대신 알루미늄 래미네이트 필름을 붙인 종이판을 종이상자에 넣었다. 이 종이상자는 스티로폼 상자 못지않은 보랭 효과를 유지한다. 쓰레기로 버릴 때는 종이처럼 그냥 분리 배출하면 된다. 상품 규격에 꼭 맞게 제작돼 상자에 들어가는 완충재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는 한 가지 제품에만 맞춤형 종이상자를 쓰고 있지만 앞으로 품목을 더 늘릴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은 의류 상품을 배송할 때 쓰던 부직포 포장재를 종이상자로 바꿨다. 부직포는 재활용이 되지 않아 일반 폐기물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명절 선물세트의 고급스러움을 상징하지만 가정에서 처리 곤란인 나무상자도 퇴출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설부터 선물세트에 나무와 천 포장을 모두 없애고 종이상자를 도입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나무상자를 모두 종이상자로 교체했다.

롯데마트는 선물 포장재의 재사용을 추진해 눈길을 끈다. 한우 선물세트를 담는 보랭백 디자인을 검은색으로 단순하게 바꿔 장바구니 등으로 다시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존 디자인은 황금색 바탕에 커다랗게 마트 이름이 적혀 있어 선물을 받고 나서 대부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롯데마트는 또 모든 과일 선물세트 상자에 손잡이로 쓸 수 있는 구멍을 뚫어 가정에서 간단한 수납상자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아이스팩도 친환경 성분으로

식품 배송 증가에 따라 늘고 있는 아이스팩과 보랭팩도 재활용이 안 되는 대표적인 포장재다. 흡수성 폴리머 등 화학성분을 포함한 젤 형태의 보랭제는 일반 폐기물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친환경 성분으로 바꾸거나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바꾸고 있다.

CJ오쇼핑은 맞춤형 종이상자에 들어가는 보랭팩을 물로 만든 얼음팩으로 지난해 8월 교체했다. 이 얼음팩은 물을 따라 버리고 비닐은 분리 배출하면 된다. CJ오쇼핑은 얼음팩을 넣은 종이상자를 ‘친환경 패키지’로 이름 붙였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굴비나 전복 등 수산물을 배송할 때 물을 넣은 얼음팩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아이스팩을 재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고객이 아이스팩을 모아뒀다가 이름과 주소 등을 홈페이지에 남기면 회사가 이를 수거해 다시 사용하는 형태다. 아이스팩 재사용에 참여한 고객에겐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협력사는 아이스팩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홈페이지에 열리는 아이스팩 재사용 이벤트마다 4000명씩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