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기성용-구자철-이청용(왼쪽부터).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베테랑들이 정든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2019 아시안컵에 출전한 파울루 벤투 감독(50·포르투갈)의 한국대표팀이 8강에서 도전을 멈춘 가운데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과 기성용(30·뉴캐슬 유나이티드)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별을 고했다. 구자철은 벤투 감독에게 “아시안컵이 마지막 무대”라는 뜻을 전했고, 이미 3년여 전부터 대표팀 은퇴를 준비한 기성용은 직·간접적으로 은퇴 의지를 주변에 알렸다. 벤투 감독은 “선수가 의사를 확실히 밝히면 존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구 콤비’만 대표팀에서 떠나는 건 아니다. 크리스털 팰리스(잉글랜드)를 떠나 독일에서 새롭게 출발한 이청용(31·보훔)도 은퇴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모습이다. 아직까지는 주위에 은퇴를 언급한 적 없지만 “꽤 오래 전부터 ‘가장 적절한’ 태극마크 반납 타이밍을 생각했다”는 것이 이청용을 잘 아는 많은 축구인들의 전언이다.
특히 30대 중반이 되는 2022카타르월드컵을 바라보고 준비하기에는 너무 버겁다는 생각이 크다. 또 수많은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우의를 다진 절친한 또래 동료들이 하나 둘씩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실제로 정강이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이겨내고 그라운드로 복귀했으나 예전과 확연히 다른 대표팀 환경과 분위기에 낯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청용의 부친 이장근 씨도 최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가족과 은퇴를 놓고 상의한 적은 없다”면서도 “(은퇴) 시기가 문제다. 아시안컵 우승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고 답답한 아들의 처지를 에둘러 드러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