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제출한 사표를 바로 수리한 것은 대치 국면에 있는 국회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으로 경색된 여야 관계를 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 보좌관을 직접 만나 김 보좌관이 오전에 표명한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특히 김 보좌관은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정책 수립에 관여했던 상징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실언성 발언에 대한 단순 경질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대통령에게 정무적 부담을 계속 지울 수 없다는 김 보좌관의 선택을 문 대통령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 대변인이 사표 수리 배경에 대해 “김 보좌관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설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 대치정국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보좌관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짐이 되고 있다는 부담이 워낙 강했다”며 “참모라면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것이 도리라는 게 김 보좌관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김 보좌관은 이날 오전 일찍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스스로 거취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안점검회의와 대통령 참석 경제관련 행사를 모두 거른 채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꾸로 올해 초 참모들에게 엄중한 사명감과 책임감, 긴장감과 도덕성을 주문했던 문 대통령이 김 보좌관의 실수를 그냥 넘길 수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해이해진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라도 빠른 결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올해 첫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우리가 가졌던 초심, 촛불 민심을 받들기 위해 청와대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엄중한 사명감과 책임감, 긴장감과 도덕성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아울러 김 보좌관의 발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발언’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면서 현 정부도 이전 보수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인식의 확산을 그대로 놔두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헬조선’은 문 대통령이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자주 사용했던 단어다. 김 보좌관이 야당에 ‘내로남불’ 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인식을 했을 수 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중동과 아세안의 차이는 무엇이냐”면서 “이번 건뿐 아니라 최근 손혜원·서영교 의원 사건 모두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