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상처 안주며 문제 해결하는 리더의 대화법
“과장이란 사람이 대리보다 못하다니….”
직장 상사에게 이런 질책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수치심이 밀려들고 후배들 앞에서 부끄러움에 낯 뜨거워질지 모른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스테펀 폴터에 따르면 리더의 80%는 화를 낼 때 ‘폭력적 대화’를 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직장인들 역시 이 같은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리더의 90%가 잘못된 방법으로 말하고, 사표를 던지는 사람의 50%가 ‘회사가 아니라 상사가 싫어서’ 직장을 떠난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나쁜 관계를 만드는 일등 공신이 상사라는 뜻이다.
오늘날 상사가 직원에게 주먹을 쓰는 등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직원에게 상처를 주는 건 대부분 ‘말’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대다수 리더가 잘못된 방법으로 말하는 원인은 심성이 고약해서가 아니라, 비폭력적이고 생산적으로 질책하는 방법을 제대로 훈련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됐으니 잘해 보라는 요구만 받았을 뿐 지금껏 이에 대한 어떤 학습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65호(2019년 1월 15일자)는 직원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문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리더의 소통 방안을 분석했다.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 ‘지적질’은 추상적 내용보다 사실에 기반하라
비폭력적 대화를 위해서는 화를 낼 때 추상명사가 아닌 관찰 가능한 사실(fact)로 지적해야 한다. “도대체 기본이 안 됐어” “믿을 수가 없단 말이야” 같은 꾸지람은 구체적 근거도 없이 인격을 평가하는 추상명사로 사람을 나무랐기 때문에 듣는 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꾸짖더라도 일방적 지시로 끝을 맺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입으로 직접 약속 사항을 말하게 하면 실천 단계에서 자발성과 책임감을 크게 높여 대화가 흐지부지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상대를 존중하는 수평적 상황으로 대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이는 대화가 끝난 후에 감정의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 ‘당신’이 아닌 ‘나’를 주어로 삼는 표현법을 써라
‘나-표현법(I-Message)’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통 화가 났을 때 사람들이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소극적(passive), 공격적(aggressive), 중립적(neutral) 방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나-표현법은 이 중 중립적 방법에 해당한다. 마음속으로 화를 삭이는 소극적 방법도 아니고, 화를 참지 못해 감정적으로 반격하는 공격적 방법도 아니다.
현재 하버드대는 직장인이나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나-표현법을 훈련하는 과정을 인기리에 운영하고 있다. 이 방식은 자기 자신을 문장의 주어로 삼는다. 가령, “당신은 왜 그 모양이오. 약속도 지킬 줄 모릅니까?”라고 말하는 대신 “당신이 약속을 안 지켜서 내가 난처했습니다”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소통하기 위한 기술이다.
○ 리더 스스로 약점을 노출하라
정서적 소통은 업무적으로 원활한 소통을 일으키는 촉매제다. 직장에서 정서적 소통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리더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스스로의 무지나 약점을 노출하는 일이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실수를 잘 인정하는 특성이 있다는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그비인터내셔널의 조사가 있다. 실제 커피 하나로 세계를 석권한 스타벅스의 전 회장 하워드 슐츠는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대화의 출발점은 직원들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내 약점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직원들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열쇠”라고 말한 바 있다.
슐츠의 통찰처럼 리더가 약간 허술함을 보일 때 대화의 문도 열릴 수 있다. 그래야 직원들이 상사가 불편해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의견을 내고, 고충이나 불만사항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김영기 조직리더십코칭원 대표 actionskill@daum.net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