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리더들의 ‘스트롱맨’ 부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위기에 빠진 권위주의 리더들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는 2015년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러시아 지상군을 파견하면서부터 냉전 이후 무기력했던 러시아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가 중동뿐 아니라 중남미,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면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의 대결 구도가 확산되고 있다.
○ 권위주의 리더의 ‘진짜 우방’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시위가 이어지자 군 출신 민간 용병 400명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의 과도정부를 공식 지지하자 푸틴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원을 약속했다.
미카엘 비겔 핀란드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4일 자유유럽방송(RFE)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같은 상황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러시아는 독재자를 지원하고 그들을 이용해 ‘세계 질서’를 교란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 미국 우방들도 찾는 푸틴
심지어 미국의 우방국들도 푸틴 대통령을 찾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1년간 러시아를 세 번이나 다녀갔다. 같은 기간 미국은 한 번만 방문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23일 모스크바를 찾아 시리아 미군 철수 문제를 논의했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014년 취임 이후 네 번이나 푸틴 대통령을 만났으나 미국은 한 차례 찾았다.
내전, 장기 독재가 잦은 아프리카 국가들도 비슷하다.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아프리카에 대통령 경호 훈련단, 선거 전략 자문단 등을 보내며 스트롱맨의 정권 유지를 도왔다.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선 “타국의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중동과 같은 전략을 썼다.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던 15일 방러한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에게는 다이아몬드 사업 등 총 2억6700만 달러(약 2983억 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러시아가 미국을 대적할 만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것은 아니다. 비겔 연구원은 “러시아의 경제 규모는 이탈리아보다도 작기 때문에 장기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체급으로 보면) 더 적절한 플레이어”라고 지적했다.
○ 미, 베네수엘라에 군사 개입 할까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