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공공+민간 합쳐도 1156기… 경기-제주보다도 적어 운전자 불편 “툭하면 고장, 충전소 지붕도 없어 비 온 다음날 이용하기 겁난다”
서울시청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구역
서울시 기후대기과는 최근 총무과에 서울시청 본관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구역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을 충전 목적이 아닌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니 충전 목적 이외 주차 금지, 충전 완료 즉시 이동, 관용차량은 가급적 근무시간 뒤 충전 등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29일 “한 달에 한두 번씩 전기차 충전구역 관련 민원이 접수된다”며 “주말에 이용객들이 충전을 끝낸 뒤에도 그대로 주차해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차 동호회 커뮤니티에는 서울시청 주차장과 관련해 ‘충전을 마쳤으면 바로 차량을 빼자’ ‘충전하는 차에 연락처를 남기고 너무 멀리 가 있지 말자’ ‘충전을 마치고 차를 뺄 때는 일반 차량이 대지 않도록 출입금지용 교통원뿔을 정위치 시키자’ 등의 이용법과 개선 방안을 자체 공유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전기차 보급 수준만큼 충전기 공급이 뒤따르지 않아서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8만 대, 2025년 10만 대를 보급하는 계획을 이행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급한 전기차는 총 1만1428대이니 앞으로 4년간 약 8배 규모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인프라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공공 충전기는 721기. 전기차 운전자 15.85명이 공공 충전기 1기를 이용하는 셈이다. 민간 충전기를 합쳐도 1156기다. 경기도(1744기), 제주도(1440기)보다 적다. 서울시와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구입한 전기차까지 추산해 약 1만2000대가 충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체 시내버스의 40% 이상인 3000대를 전기버스로 대체할 계획이다.
지난해 전기차를 구입한 유모 씨(36)는 “서울시내에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하고 기껏 찾아가도 일반 차량이 서 있거나 충전기가 고장 나 있을 때가 많다”며 “충전소도 대부분 지붕 없이 충전기만 있는 경우가 많아 비나 눈이 내린 다음 날엔 감전될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유 씨는 “서울시내이지만 초행인 경우 전기차 동호회 커뮤니티에서 충전소 위치, 무료 충전 여부, 충전기 고장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충전기를 2022년 6월 2000기까지 늘릴 방침이다. 시 기후대기과의 그린카보급팀을 보급팀과 인프라팀으로 나눠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충전기는 전기차 보급의 필수 인프라이기 때문에 이용 실적이 적더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역에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