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권장유통기한 30일이지만 대형마트선 며칠만 지나도 안받아 “품질 문제없는데 판로 막혀 답답” 산란일 표시 의무화 앞둔 농가 시름 식약처는 “재고 우려 적다” 뒷짐
다음 달부터 계란 껍데기에 산란일 표시가 의무화되면 계란 유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동아일보 보도(1월 28일자 A2면 참조)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설명자료를 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란계 농가는 “식약처가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이미 산란일이 사흘만 지나도 납품을 받지 않고 있다. 계란의 권장 유통기한이 30일인데도 그렇다.
다음 달 23일부터 모든 계란 껍데기에는 산란일을 표시해야 한다. 2017년 8월 ‘살충제 잔류 계란’ 파동 이후 나온 계란 안전 대책에 따른 것이다. 위반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농가에는 사실상 ‘사망 선고’다. 이에 농가들은 “산란일을 표시하면 산란일이 며칠만 지나도 계란을 팔지 못하게 된다”고 하소연한다.
식약처는 농가의 우려를 ‘기우’로 치부하고 있다. 식약처는 설명자료에서 “판매업소에 납품한 계란이 다 팔릴 때까지 소요 기간이 짧아 산란일이 며칠 지난 계란의 유통 자체가 막힐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마트에 진열된 계란이 다 팔릴 때까지 짧게는 4일, 길게는 10일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24일 찾은 경기 연천군의 한 산란계 농장에는 엿새 전 낳은 계란 1만여 개가 쌓여 있었다. 이 농장의 안영기 대표(49)는 “신선도와 품질에 문제가 없는데도 팔지 못해 답답하다”며 “설 연휴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가 다음 달 2∼6일인데 2일이나 3일에 낳은 계란은 거래가 재개되는 7일이 되면 산란한 지 사흘 이상 지나 납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농장을 찾은 기자에게 당일 낳은 계란과 엿새 전 낳은 계란을 깨뜨려 계란 상태를 보여줬다. 신선도의 척도인 노른자 높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류경선 전북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는 “정부가 실효성은 작고 부작용 우려가 큰 산란일 표기를 시범사업도 없이 도입한 것은 성급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