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원스토어 eBook사업팀 매니저
얼마 전 두 분은 결혼 33주년을 맞이하셨다. 세 딸은 어엿한 성인이 되어 품을 떠난 지 오래고, 그중 둘은 어느덧 또 다른 가정을 꾸렸다.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메시지도 보내고 함께 모은 용돈도 드려 보지만 찾아뵙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당일 아침 엄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사랑합니다’ 팻말이 꽂혀 있는 케이크 사진이었다. 아빠의 귀여운 ‘서프라이즈’에 세 딸의 가슴도 뭉클했다.
별것 아닐 줄 알았는데 막상 해 보니 ‘별것’인 게 종종 있다. ‘이 어려운 걸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지?’ 하는 것들. 내게 별것은 처음엔 ‘기타’였다. 풍류 좀 즐긴다 하는 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곧잘 치길래 쉽게 생각했는데, 빠르게 코드를 바꿔가며 주법까지 유지하는 것은 퍽 버거운 일이었다. 그 다음은 ‘직장 생활’이었다. 신입사원 시절 고됐던 어느 날의 퇴근길, 나는 3년도 채 안 하고도 이렇게 지치는데 아빠는 어떻게 30년을 넘게 하셨을까, 새삼 먹먹한 마음이 일어 지하철에서 혼자 엉엉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결혼’이었다. 어느덧 결혼 3주년을 맞았다. 세상 사람들이 다 하고 살길래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해 보니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평생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은 사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어릴 땐 슈퍼맨 같던 부모님이 머리가 커 가면서 점점 안쓰럽더니 사회인이 되고 가정을 꾸리고 막상 해 보니 별것인 생의 문턱을 하나씩 넘어가면서 다시 태산처럼 커 보인다. 아니, 사실 해를 거듭할수록 느끼는 것은 세상살이 자체가 별것이라는 것인데 이 어려운 걸 엄마는 어떻게 버텼고 아빠는 또 어떻게 견디셨을까. 예전엔 흘려듣기만 했던 부모님의 조언 하나하나가 가슴 깊이 와 박힌다.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하셨던 말씀들의 의미도 이제서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해 본다. “아빤 우리 딸들이 ‘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하는 집을 만드는 게 꿈이야.” 이 짧은 말 한마디에 담긴 그 깊은 의미를 이미 집을 떠난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김지영 원스토어 eBook사업팀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