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을 실행에 옮긴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1심 첫 정식 재판 일정이 변경됐다. 변호인들이 전원 사임한데 따른 것이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이날 오후 2시 예정됐던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1차 공판기일을 변경하고 추후에 다시 지정하기로 했다. 향후 예정 기일은 현재까지 미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일정 변경은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들이 전부 사임계를 제출하면서 비롯됐다. 법원은 임 전 차장 사건 재판의 경우, 변호인 출석이 반드시 요구되는 이른바 ‘필요적 변호’ 사건인 까닭에 기일을 다시 지정키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변호인들이 모두 사임한 이상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거나, 임 전 차장이 변호인을 다시 선임하지 않는 이상 재판 진행은 난항을 겪게 됐다.
아울러 법원이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려고 하더라도 임 전 차장 측에서 거부하거나, 선정된 국선 변호인이 사건을 맡는 것을 거부할 수 있어 재판이 일정 기간 공전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들은 수사기록 열람 복사 허용 범위가 제한됐고, 기록 검토가 늦어져 일부 혐의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등 충분한 방어권 행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추가기소 부분에 대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인해 수사기록 복사도 못했다고 항변하면서 정식 재판이 열리더라도 사실상 변호인 의견진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즉,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이 정해지기까지는 재판 진행 일정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재판부 또한 공판기일 변경 결정을 하는 과정에 상당한 고심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 전 차장은 공무상비밀누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를 위해 직권을 남용하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개입하거나 법관 인사 불이익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15일에는 2015년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는 서기호 당시 정의당 의원을 압박할 목적으로 법관 재임용 탈락 취소 소송에 개입한 혐의로 추가 기소가 이뤄졌다. 아울러 상고법원 지지를 받기 위해 정치인들로부터 판결 관련 청탁을 받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