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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보기관 수장들 “北, 비핵화 포기 안할 것”…트럼프 대북정책 정면 반박

입력 | 2019-01-30 11:26:00


미국 정보기관의 수장들이 북한 내부의 핵개발 움직임 관련 정보를 근거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다음달 말로 예정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9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역량을 유지할 방법을 찾고 있으며, 핵무기와 생산역량을 완전한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지도자들은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정권 생존의 핵심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이 6개월 이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고, 핵시설의 일부를 해체했으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이런 판단은 ‘완전한 비핵화’와 합치되지 않는 (북한 내) 활동들에 대한 우리의 관찰이 뒷받침해준다”고 말해 정보기관이 들여다보고 있는 북한 내 핵시설 활동이 계속 가동 중임을 시사했다. 코츠 국장은 이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상원 청문회에는 코츠 국장 외에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폴 나카소네 국가안보국(NSA) 국장, 로버트 애슐리 국방정보국(DIA) 국장 등이 모두 출석했다. 핵심 정보기관의 수장들이 일렬로 앉은 가운데 상원의원들의 송곳 질문이 이어졌다. 민주당의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카말라 해리스 의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은 물론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깐깐한 질의를 이어갔다.

코츠 국장은 ICBM 등의 위협이 줄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명확하게 입증할 증거를 우리는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해스펠 CIA 국장은 “미국과의 협상이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한 탐색을 하는 김정은의 신로를 보고는 있다”면서도 “최근 몇 년간 특별한 변화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공개된 DNI의 보고서는 북한이 사이버 범죄를 통해 전 세계 금융기관에서 11억 달러(약 1조 2290억 원)의 돈을 훔친 사실을 언급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중에는 북한이 뉴욕연방은행에 예치돼 있던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의 돈 8100만 달러를 편취했던 사례도 포함돼 있다.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댄 코츠 국장이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는 생각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정보수장들이 북한 및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청문회 및 보고서 공개는 2월 말 예정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관들의 첩보와 관찰을 바탕으로 나온 판단이라는 점에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AP통신은 청문회 내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한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