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려 달라고 해도, 불이 꺼진 뒤에 숨을 쉬고 있다고 말해도 구조는 커녕 누구 하나 애들 생사를 확인하지 않았어요.”
30일 오전 10시6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의 한 거주용 비닐하우스에서 갑자기 큰 불길이 치솟았다.
밭에서 농사 일을 하던 사람들은 현장으로 뛰어갔고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러나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고 불은 20여분 만에 꺼졌다. 화재 현장에 모여든 주민과 가족들은 시신이라도 수습하고자 들어가려 했지만 소방대원은 “현장 감식 등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들을 막아섰다.
눈 앞에서 생떼 같은 딸을 잃은 아버지와 삼촌은 이들을 뿌리치고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딸 A(21)씨는 숨진 상태였다.
그러나 딸의 옆에 누운 채로 있던 친구는 가냘픈 숨을 쉬고 있었고 당장 구해야 한다는 마음에 밖으로 뛰쳐나가 “딸의 친구가 살아 있다”고 소방과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누구 하나 이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유가족 측은 주장했다.
이어 “결국 한시간이 넘도록 진흙탕 속에 방치돼 있다 경찰 과학수사대가 발견한 뒤에야 병원으로 옮겨졌다”며 “우리 조카도 살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수 있고 만약 시간이 더 늦어지거나 구조가 지연돼 이 아이 마저 숨졌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실제로 취재진이 화재 당시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에도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돼 여러 언론사에서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피해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의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일산소방서 관계자는 “선착대가 확인했을 당시 심정지가 있었고 외관상 전신 화상 등이 심했던 터라 사망자로 보고를 하고 경찰이 현장을 통제했다”며 “유족 측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망자가 발생하면 경찰이 통제를 하는 만큼 추가로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고양=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