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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승부수, 결국 성공한 야당…對與·정부 압박 고삐 죌 듯

입력 | 2019-01-30 19:03:00


문재인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은 것을 두고 야권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드루깅 일당 댓글공작’ 사건에 연루된 김 지사에게 실형이 선고되고 법정 구속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데에는 결과적으로 특검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야권의 전략이 주효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부실 수사 논란이 끊이질 않았지만 드루킹 사건이 특검으로 갈 수 있던 데에는 야당들의 투쟁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지사의 인터넷 댓글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드루킹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야권의 특검 요구를 정치공세로 폄하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권에서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한국당은 “희대의 댓글여론공작사건”이라며 맹공을 가했다. 김 지사에 관한 의혹을 ‘댓글 조작 게이트’로 규정하고 소속 의원 만장일치로 특검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해 법안을 제출했다. 또 별도로 민주당원 댓글 조작 진상조사단을 출범시켜 문재인 대통령의 드루킹 인지 여부, 인사청탁 관련 청와대 개입 여부 등을 조사대상으로 정해 일찌감치 정권 심장부를 겨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캐스팅 보터(결정권자)로서 총공세를 펼쳤다. 바른미래당은 이 사건에 연루된 김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공격했고, 평화당도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요구하며 대(對)정부·여당 압박에 힘을 보탰다.

여야 간 특검 추진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에도 야성(野性)을 확실히 드러냈다. 김성태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는 특검 수사 도입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기한 단식농성이라는 벼랑 끝 전술로 버텼고, 바른미래당도 한때 협상이 결렬되자 철야농성에 돌입하며 대여투쟁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결국 지난해 5월 여야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 도입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지 약 한 달만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번째 특검법에 합의했다. 공방 끝에 합의된 특검법안명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더불어민주당원’, ‘대통령’ 등의 표현은 빠졌지만 수사대상에서 김 지사를 빼진 못했다.

아권이 승부수로 띄운 특검법은 8개월 만에 정치권에 만만찮은 파장을 몰고 왔다.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여야 간 합의한 특검법이 김 지사의 정치적 운명은 물론 정권과 여당에도 큰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법원은 1심에서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며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로 인해 김 지사는 경남도지사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고, 현 정권은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선거의 정당성이나 정권의 정통성 시비를 불러 일으키게 됐다.

반면 야권은 연초부터 급속도로 얼어붙은 정국에서 앞으로의 대정부 투쟁의 동력을 얻게 되는 것은 물론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