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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뺑반’ 류준열 “축구하러 갈 때 탔던 스포츠카 이제야 밝힙니다, 소품이라고”

입력 | 2019-01-31 06:57:00

배우 류준열은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뒤 스크린에서 진가를 발휘해왔다. 30일 개봉한 ‘뺑반’을 시작으로 ‘돈’과 ‘전투’를 잇달아 내놓는다. 쉼 없는 활동에 대해 그는 “어떤 작품에서든 배우는 게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쇼박스


■ 영화 ‘뺑반’으로 돌아온 류준열

역할 연기 위해 미리 지급 받아 운전 연습
일만 한다고 ‘소준열’? 이번엔 멋 좀 부려
캐릭터 따라 말투 달라져…친구들이 걱정


인정받고 있어서일까. 배우 류준열(33)은 여유가 넘쳤다. 자신감도 엿보였다. 그럴 만도 하다. 출연 영화의 흥행 성과가 이어지고 덕분에 그를 찾는 곳도 많다. 열성적인 팬덤도 굳건하다. 류준열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도 “건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물론 몸 상태를 말하는 건 아니다. 이름이 알려지고 5년이 지난 지금, 좀 더 냉정하게 스스로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30일 개봉한 ‘뺑반’(감독 한준희·제작 호두앤유픽쳐스)은 류준열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개봉을 앞두고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예전과 비교하면 긴장한 모습이 덜 보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맞다. 긴장은 줄고 능청스러움은 늘었다.

● “하나라도 배우기 위해 다양한 영화에 참여”


배우들이 쉬지 않고 영화에 출연하는 건 이제 특별하지도 않다. 다만 저마다 쉼 없이 활동하는 데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다. 류준열은 “배우기 위해서”라고 했다. 지난해 ‘리틀 포레스트’와 ‘독전’에 출연하고 올해 ‘뺑반’을 시작으로 3월에는 ‘돈’을 공개한 뒤 또 다른 영화 ‘전투’까지 잇달아 내놓을 계획인 그는 “이유는 달라도, 어떤 작품에서는 배우는 게 있다”고 했다.

“‘침묵’이나 ‘택시운전사’ 같은 영화는 최민식, 송강호 선배님과 작업을 위해 택했다. 그런 현장에선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무언가를 깨닫는 기회를 만난다. 꼭 촬영할 때만이 아니다. 현장 안팎에서도 많은 느낌을 받는다. 배움의 순간. 그게 바로 나를 계속 이끄는 힘이다.”

류준열의 삶은 2015년 출연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독립영화나 상업영화 단역으로 무명의 시간을 보낸 그는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로는 승승장구다. 다양한 장르의 상업영화에 얼굴을 비추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520만 관객을 모은 ‘독전’은 그가 자신의 진가를 비로소 확인시킨 작품이다.

출연작이 많아서인지 류준열은 “한 편의 작품을 끝내면 역할의 말투가 그대로 배어나온다”고 했다. 연기를 하면 캐릭터에 푹 빠져드는 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그런 류준열을 의아하게 바라보면서 ‘말투가 왜 그러느냐’고 묻기 일쑤다.

“가끔 대체 나는 어떤 사람일까, 고민된다.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인지 모르겠는데, 친구들은 어떻겠나. ‘독전’ 촬영이 끝났을 때는 친구들이 자꾸만 내 걱정을 하고 안부를 묻더라. 기운 좀 내라면서 집 앞에 찾아오기도 했다. 하하!”

영화 ‘뺑반’에서의 류준열. 사진제공|쇼박스


‘뺑반’을 마치고서는 어땠을까. 그는 “자유로웠다”고 했다. 영화는 경찰 뺑소니 전담반의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 액션극. 거친 소년기를 보내고 경찰이 된 전담반의 에이스 민재 역을 택한 뒤 그는 인물에 어울리는 외모부터 설계했다.

“사람들이 나를 ‘소준열’이라고 부르지 않나. 소처럼 일한다고. 그만큼 영화를 계속해오면서 정작 헤어스타일조차 마음대로 구상해 본 적이 없다. 이번엔 달랐다. 머리카락도 좀 더 기르고, 안경도 인물에 어울릴 법한 스타일로 직접 골랐다.”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은 더 치밀했다. 평소 운전을 즐기지만 이번 역할은 전문가 수준의 실력이 필요했다. 류준열은 제작진으로부터 영화 소품인 스포츠카를 미리 받아 직접 몰고 다녔다.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차를 몰다보니 주변의 시선은 온통 그를 향했다.

“개인 일정 때도 그 차를 탔다. 운동하러 축구팀에 차를 몰고 가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더라. 마치 ‘류준열 취향이 어떤지 알겠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하하! 그땐 설명할 수 없었지만 이젠 말하고 싶다. 그 차는 영화 속 소품이라고. 특히 상대 축구팀 선수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 “쿠바 여행, 고정관념 깬 계기”

류준열은 얼마 전 쿠바 여행을 다녀왔다. TV 여행프로그램 촬영을 겸한 것이었다. 배낭여행이 콘셉트인 만큼 제작진은 최대한 개입을 자제했다. 덕분에 그는 현지에서 낯설면서도 색다른 경험을 쌓았다.

“돌아보니 어떤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쿠바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일 것 같은 이미지였으니까. 그런데 놀랐다. 쿠바 사람들이 케이팝을 엄청 즐기고 있더라. 길에서 마주친 한 아저씨는 BTS라고 적힌 모자까지 쓰고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배우 류준열. 사진제공|쇼박스


오랜만에 사진기를 들고 떠난 그곳에서 느낌 충만한 사진을 촬영했다는 류준열은 요즘 이를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사진을 공개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사진전을 기획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나만의 사진전을 하려 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 류준열


▲ 1986년 9월25일생
▲ 2013년 수원대 연극영화과 졸업
▲ 2015년 영화 ‘소셜포비아’ 첫 주연
▲ 2015년 tvN ‘응답하라 1988’ 통해 스타덤
▲ 2016년 MBC 연기대상 신인상(‘운빨로맨스’), 독립영화 ‘글로리데이’ ‘양치기들’ 주연
▲ 2017년 ‘택시운전사’
▲ 2018년 ‘독전’ 등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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