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청년몰’ 들어선 대구 산격종합시장, 설 앞두고 활기

입력 | 2019-01-31 03:00:00

일식 카레-디저트 전문점 등 입점… 쾌적한 분위기에 방문객 늘어
市 “전통시장 활성화 지속 추진”




29일 대구 북구 산격종합시장 청년몰의 일본식 카레 전문점 ‘코레와카레’에서 이민혁 대표(왼쪽)가 손님에게 주문받은 음식을 건네고 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뻥이오!”

목청껏 외친 뻥튀기 장수가 호루라기를 불자 뻥 소리와 함께 뻥튀기 기계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구수한 냄새가 시장 골목골목 퍼졌다. 입구의 강정가게에서는 앞치마를 두른 직원들이 갓 나온 따끈따끈한 튀밥으로 강정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29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종합시장은 설 명절을 앞둔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바 없었다, 단 하나를 빼고는. 지난해 11월 23일 대구에서 처음 문을 연 청년몰(mall)이다.

북구가 국비에 시비를 더해 15억 원으로 차린 청년몰은 산격종합시장 상가 4개 동 가운데 가동에 자리 잡았다. 건물 안팎을 말끔하게 단장한 청년몰에는 일본식 카레와 스테이크, 꼬치구이를 비롯한 먹을거리부터 디저트,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 등 16곳이 입점했다. 모두 40세 이하가 운영하는 점포다.

청년몰 운영 실적은 개점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수한 편이다. 이달 초 뒤늦게 개점한 도자기 가게를 제외한 점포 15곳이 지난해 개장 후 연말까지 매출 1억2700만 원을 올렸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점포 한 곳당 평균 846만 원의 매상을 올린 셈이다.

자연스레 시장을 찾는 손님도 늘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이 되자 20대 대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년층까지 청년몰을 찾았다. 이들은 음식을 주문한 가게 앞이나 곳곳에 마련된 공용 테이블에서 점심을 즐겼다. 기존 시장상인들도 청년몰을 반기고 있다. 방앗간에서 참기름을 짜던 60대 상인은 “청년몰이 생기자 지저분하던 시장 주변이 깨끗하게 정비되고 분위기도 밝아져서 좋다”고 말했다.

청년몰이 생기고 활력이 더해진 산격종합시장이 처음 맞는 설을 앞두고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1981년 생긴 산격종합시장은 한때 점포 170여 개 가운데 빈곳이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1990년대 후반 쇠퇴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50여 곳만 남은 상태였다.

이상익 산격종합시장 상인회장(70)은 “청년몰이 들어선 자리는 그동안 폐허처럼 남아 있던 공간이다. 젊은이들이 시장에 들어오니 활기가 돌고 손님도 제법 붐비는 것 같다. 설 대목을 기점으로 시장이 다시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몰에서 일본식 카레 전문점을 하는 이민혁 대표(39)는 “처음 시장에 왔을 때 상인분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셨다”며 “청년몰과 시장상인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각 구군은 전통시장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 전통시장 26곳의 시설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달성군은 현풍백년도깨비시장에 대구 두 번째 청년몰을 조성하고 있다. 대구시는 앞서 25일 시청에서 온누리상품권 판매 촉진 행사를 열었다. 지난해 대구시 온누리상품권 회수율은 127.6%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판매 금액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구매 실적도 6만4118원으로 전국 평균(3만1352원)의 두 배를 넘었다.

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은 “시민은 전통시장에서 즐겁고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고 상인은 매출이 늘어나도록 전통시장 환경 개선과 활성화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