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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경수 댓글 조작 법정구속, 집권세력 통렬히 반성해야

입력 | 2019-01-31 00:00:0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는 어제 김경수 경남지사가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김동원 씨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공진화모임의 조직적 댓글 조작 작업을 공모했다고 판단해 업무방해죄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또 김 지사가 지난해 6월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사실을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모든 사실을 일단 부인하고 보는 태도로 일관했고 그것이 유죄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드루킹과의 연계가 발각됐을 때 “의례적 감사 인사 같은 것은 보낸 적이 있지만 상의하듯 문자를 주고받은 게 아니다”라며 부인했으나 나중에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로 수십 차례 직접 접촉한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2016년 드루킹이 운영하는 출판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시인했지만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은 보지 못했다고 끝까지 부인했다. 하지만 특검은 김 지사가 출판사를 방문한 11월 9일 라오스에서 만든 경공모 회원의 아이디 2개가 킹크랩 구동에 쓰인 기록을 찾아내 증거로 제출했다. 법원은 이 로그기록이 킹크랩을 돌렸다는 증거로 인정되고 현장에 있었던 김 지사가 이것만 보지 못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특검이 맡기 전 현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검경의 봐주기 부실 수사가 이어졌다. 2017년 대선 직후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드루킹 수사를 의뢰했으나 무혐의 처분했다. 2018년 1월 네이버가 수사 의뢰를 하고서야 경찰이 나섰으나 드루킹에만 초점을 맞추고 김 지사에 대해서는 5개월이 넘도록 휴대전화조차 압수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여론의 부실수사 비판에도 이주민 당시 서울경찰청장을 유임시켰고, 드루킹과 김 지사를 연결시켜 준 송인배 당시 제1부속비서관을 정무비서관으로 사실상 영전시켰다. 어제 판결 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비서실에 근무한 판사의 보복판결 운운하며 반발했다. 확정판결은 아니지만 일단 1심 유죄판결이 내려진 만큼 집권세력은 겸허히 수용하고 무작정 김 지사를 감싸고돈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원세훈 국가정보원장하에서 국가기관을 이용한 댓글 조작에 이어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 정치적 지지세력과 공모해 댓글을 조작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우리나라 여론 형성의 장(場)이 이 정도로 혼탁하다니 국민으로서는 자괴감이 들 만하다. 이번 판결이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온라인 여론 조작 범죄를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