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논설위원
초조함과 조바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이제 문재인 정부도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처음에는 욕을 먹었다 치더라도 지금쯤은 뿌린 대로 조금씩은 거둬야 할 때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을 통틀어 ‘J노믹스’라고 부른다. ‘문’노믹스는 어감도 좋지 않고 하니 ‘재인’의 J에서 따와 J노믹스라고 붙였는데 여기에는 J자에 대한 좋은 의미도 있다고 캠프 출신 김 전 보좌관이 설명한 적이 있다.
원래 J커브는 경제학 용어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단가는 떨어지고 수입가격이 올라 처음에는 무역적자를 본다. 시간이 지나면 수출단가가 떨어진 효과가 나타나 무역수지가 더 좋아지는 이론이다. 소득주도성장 역시 처음에는 부작용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긍정적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반전은커녕 고용참사, 자영업대란 등으로 아직까지도 대통령 지지율을 가장 많이 까먹고 있는 게 바로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줄어 양극화가 더 악화됐다.
J노믹스의 설계자라는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자의로 물러났고,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인 홍장표 경제수석, 행동사령탑 장하성 정책실장도 지난해 말 퇴진했다. 남아 있던 김 보좌관까지 이번에 빠졌다. 현 정부 경제정책 슬로건의 창안자가 모두 사라진 만큼 더 이상 구호에 얽매이지 말고 적극적인 방향 전환을 모색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기업인들 자주 만나 덕담 주고받는 것으로 얼어붙은 경제심리가 상승 커브로 돌아서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정석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동안 강조해왔던 규제혁신에 박차를 가해 가시적인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적 이유로 왜곡 선정돼 두고두고 세금 잡아먹을 애물단지가 될 것이 아니라면,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이든 토목사업이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내수경기 살리기에 나서는 걸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다. 뭐가 됐든 이제 계획이나 기대가 아니라 실적으로 진짜 J커브를 보여줘야 할 때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