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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차진아]고위 공직자의 이해충돌, 선의가 면책사유는 아니다

입력 | 2019-01-31 03:00:00

이해충돌방지 규정 공직자윤리법… 구체적 기준, 위반 제재조항 不在
손혜원 행동, 불법 단정 힘들어도 선의와 상관없이 전형적 이해충돌
법 구체화 요구 외면해온 국회, 유사 문제 막을 입법 서둘러야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을 두고 투기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목포 구도심 개발을 주도한 손 의원은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과 친척, 지인 명의로 해당 지역에 부동산을 구입한 것 자체가 투기라는 주장에 대해, 목포 문화재를 위한 선의의 행동이었을 뿐 투기는 전혀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앞으로 조사나 수사를 통해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국회의원이라는 고위 공직자로서 올바른 행동이었는지, ‘이해충돌방지의무’에 위배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해충돌방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 2는 제3항에서 “공직자는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아니 되며,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공직자의 사적 이익(본인뿐만 아니라 친인척, 친분이 있는 사람, 단체의 이익 포함)과 공직자에게 직무상 요구되는 공익의 충돌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 2는 일반적·원칙적 규정일 뿐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위반에 대한 제재도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크지 않다.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를 구체화하여 상세한 조항을 두어야 한다는 요청이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주식백지신탁제도와 같이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구체화되었다.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제정 당시 이해충돌방지의무 조항을 구체화하려는 시도도 좌절되었다.

그동안 주식백지신탁에 준하여 부동산백지신탁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었고, 백지신탁은 아니더라도 부동산과 관련하여 이해충돌방지의무를 보다 상세하게 규정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런데 국회는 번번이 이를 외면했다. 그 결과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구체적인 법적 기준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그래도 일단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 2 제3항을 이 사건에 적용해 보자. 과연 손 의원의 주변 인물들이 ―본인이 인정하는 것처럼 본인의 권유에 따라― 목포 부동산을 구입한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을까. 손 의원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해충돌 여부는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평가되는 것이다. 주식백지신탁의 경우도,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사익과 공익의 충돌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주장되었던 부동산백지신탁이나 부동산에 대한 이해충돌방지의무도 마찬가지다.

법은 선의(善意)를 존중하지만, 선의를 맹신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법은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기보다 최악의 결과를 회피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래서 법은 신뢰의 원칙보다 불신의 원칙과 친숙하다. 손 의원의 선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오로지 공익만을 추구하였고 자신의 선의가 최순실에 의해 왜곡되었을 뿐이라고, 자신은 조금의 사익도 얻은 바 없다고 주장했었다.

물론 부동산백지신탁이나 부동산 관련 이해충돌방지의무 구체화 조항이 도입되어 있지 않은 현행법하에서 목포 부동산과 관련한 손 의원의 행위가 이해충돌방지의무에 위배되어 명백한 불법이고 처벌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고위 공직자로서 적절한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다.

더욱이 손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해당 지역이 문화재특구로 지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본인의 선의와 상관없이 이해충돌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국회는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해충돌방지의무 조항을 보다 구체화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이해충돌방지의무 구체화 입법이 번번이 좌절되었던 것이 국회의원들 스스로의 이익을 위한 것 아니냐는 국민의 의혹을 불식해야 할 것이다. 오이 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맬 일 아니며,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치는 것도 고위 공직자는 피해야 한다.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